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빗방울 맺힌 유리 한 겹

리커버리·입력 2026. 01. 10. 오후 12:48:00
창에 번진 색과 물줄기를 따라가며 어깨의 힘을 푸는 저녁
흐린 채로 두어도 좋은 것들
흐린 채로 두어도 좋은 것들 / 사진 Rahul Pandit · Pexels

유리 한 겹에 물방울이 빼곡하다. 그 너머로 주황과 청록, 붉게 바랜 벽 같은 색들이 번져 서로 경계를 잃었다. 굵은 물줄기가 세로로 흘러내린 자국마다 색이 길게 끌려 내려간다.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 젖은 창이 가장 진해지는 시간대다.

초점을 물방울에 맞추면 바깥 색이 흐려지고, 색을 보려 하면 물방울이 사라진다. 그 사이를 몇 번 오가다 보면 눈이 슬며시 힘을 푼다. 어깨가 조금 내려가고, 들이쉬는 숨이 아랫배까지 닿는다.

오늘의 마음은 무엇 하나 또렷하게 만들어 내지 못해 조바심이 난 상태에 가깝다. 흐린 채로 두어도 괜찮은 것들이 세상에는 꽤 많다.

창가로 가서 빗소리를 일 분만 들어 보는 것도 괜찮다. 유리를 때리는 소리, 처마에서 떨어지는 소리, 멀리 젖은 길을 지나가는 바퀴 소리. 굳이 구분하지 말고 그냥 흘려보내면 어떨까.

물방울 하나가 충분히 무거워지면, 저 혼자 길을 내며 아래로 미끄러진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