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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을 넘긴 법, 4월에 다시 열리는 문

플래닛·입력 2026. 03. 05. 오전 11:04:00
헌재가 정한 개정 기한 이후, 감축경로를 못 박을 마지막 국면
개정 기한이 지나간 뒤에도 법의 빈칸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개정 기한이 지나간 뒤에도 법의 빈칸은 그대로 남아 있다 / 사진 Dmthoth · CC BY-SA 3.0

달력에 표시해 둔 날이 소리 없이 지나간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날짜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준 기한이고, 걸린 사안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정 시한은 지나갔고, 법에는 여전히 그 기간을 다룰 조항이 비어 있다. 4월에 열릴 입법 논의는 그 빈칸을 채울 국면이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면서도 2031년 이후의 감축 수준을 아무 데도 정해 두지 않은 법의 상태를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미루는 설계라는 취지였다. 결정에는 개정 기한이 붙어 있었고, 그 기한이 이제 과거형이 됐다. 위헌 판정을 받은 조항을 고치라는 기한을 넘긴 상태는, 어떤 사정을 붙여도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4월 논의의 핵심은 몇 퍼센트를 줄이겠다고 법에 적느냐다. 2035년, 2040년, 2045년에 각각 얼마를 줄일지 법률에 못 박지 않으면, 다음 정부와 그다음 정부는 또다시 목표를 다시 쓰는 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기후정책에서 가장 비싼 낭비는 감축 자체보다 계획을 세 번 네 번 새로 세우는 시간이다.

물론 반론은 만만치 않다. 산업 전환에는 설비 교체 주기와 고용 문제가 걸려 있고, 법에 연도별 수치를 박아 넣으면 경기 변동이나 기술 진전에 대응할 여유가 사라진다는 걱정이 있다. 실제로 감축 부담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쪽은 철강·석유화학 같은 공정 배출이 큰 업종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불안은 정치적 수사로 넘길 수 없는 생계의 문제다. 이 우려를 가볍게 넘기는 개정안은 통과되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예측 가능성이 없는 쪽이 산업에 더 가혹하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수십 년을 쓰는 설비에 투자하는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규제다. 엄격한 규제 자체는 그다음 문제다.

연도별 경로가 법에 있으면 기업은 그에 맞춰 자본을 배치할 수 있고, 노동자는 전환에 필요한 시간표를 미리 볼 수 있다. 감축률을 정하는 일과 전환을 지원하는 일은 맞바꿀 대상이 아니며, 같은 법 안에 나란히 들어가야 한다.

기후 논의에서 두 가지 화법이 똑같이 해롭다. 하나는 무엇을 해도 늦었다는 체념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만 근사하게 걸어두고 실행 조항은 비워 두는 방식이다. 앞의 화법은 사람들을 주저앉히고, 뒤의 화법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만든다. 법에 연도와 수치를 적는 일은 그 둘 사이를 빠져나가는 가장 건조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기한을 넘긴 책임을 누구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쉽지만 별 소용이 없다. 헌재 결정 이후 개정안이 여러 갈래로 논의돼 온 것도 사실이고, 합의가 어려웠던 지점도 분명 있었다. 중요한 것은 4월에 어떤 안이 실제 조문으로 올라오는지, 그 안에 2031년 이후 연도별 수치가 들어 있는지다.

지켜볼 지점은 단순하다. 발의되는 개정안마다 2035년과 2040년의 감축률이 퍼센트로 적혀 있는지, 아니면 "노력한다"로 끝나는지. 국회 의안 정보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지역구 의원실에 어느 안을 지지하는지 묻는 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시한을 넘긴 법을 되살리는 힘은 결국 그 조문을 읽어본 사람의 수에서 나온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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