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시간 2월 11일 오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소고 소리가 퍼졌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 주뉴욕한국문화원이 함께 연 '코리아 온 스테이지 인 뉴욕'의 개막이었다. 광장을 둘러싼 대형 전광판에는 한국의 국가유산과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이 흘렀고, 행사는 나흘 동안 이어졌다.
2월의 광장은 차다. 얇은 가죽을 얹은 소고가 손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치맛자락이 바람을 안고 부푸는 모양이 회색 빌딩 사이에 오래 남았다. 광장 공연은 오후 3시에 시작됐고,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과 춤누리 한국전통무용단이 무대를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날 저녁 7시에는 맨해튼 한국문화원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 김천수 뉴욕문화원장, 차지훈 주유엔한국대표부 대사, 이상호 주뉴욕한국총영사 대리를 비롯해 현지 문화예술계 인사 250여 명이 모였다. 'K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 보이즈'로 알려진 케빈 우도 참석자에 포함됐다. 허 청장은 수천 년 이어져 온 한국 유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다며, K-컬처의 인기가 그 유산의 깊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행사는 미디어아트 전시와 전통공예 전시, 전통예술 공연, 사찰음식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문화원에는 해태상을 재현한 조형물과 모란 조형물이 나흘간 놓였다. 12일과 13일 문화원 지하 극장에서는 예술단의 'Wishes in Motion(춤으로 담은 바램)'이 올랐고, 처용무와 태평무, 소고춤, 진도북춤, 강강술래가 차례로 이어졌다.

12일에는 미국 요리 교육기관 CIA에서 사찰음식 시연회가 열렸다. 한지로 만든 복주머니에 금박을 올리는 체험도 마련됐다. 얇게 두드린 금이 종이 결 위에 내려앉는 순간, 유산은 관람의 대상에서 손끝의 감촉으로 옮겨 간다.
부채춤과 해태상, 조선 보자기, 금박공예, 궁중무용, 사찰음식을 한 묶음으로 내보인 이번 시도는 진열대의 유리를 벗어나려는 선택이다. 유물은 조명 아래 가만히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 안전은 잊힘과 맞닿아 있다. 반대로 무대에 세운 유산은 박수를 받는 만큼 닳고 조금씩 변형된다. 광장에서 춤을 추는 일과 원형을 지키는 일 사이의 마찰을 매끄럽게 봉합할 방법은 없다.
국내에서 지정한 국가유산은 4천여 건, 그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7건, 세계기록유산은 20건으로 파악된다. 이 목록을 해외 관객이 외울 일은 없다. 나흘간 광장을 지나간 사람들이 가져간 것은 북 가죽의 울림과 붉은 치마의 색이다.
국가유산청은 뉴욕에 이어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을 계속할 계획이다. 다음 무대의 시기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뉴욕의 나흘은 끝났고 광장은 광고 화면의 도시로 되돌아갔다. 이 춤을 다음에 만날 사람은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겨울 코트에 손을 넣은 채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