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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궁궐 네 곳과 왕릉이 값 없이 열린다

루츠·입력 2026. 02. 14. 오후 3:23:00
경복궁에서는 액을 막는 그림 세화 6천 부를 나눈다
설 연휴 동안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 네 곳이 값 없이 열린다
설 연휴 동안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 네 곳이 값 없이 열린다 / 사진 Dkdksjsh · CC BY-SA 4.0

설 연휴 내내 서울의 궁궐 네 곳과 조선왕릉이 입장료 없이 열린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이 모두 해당되고 왕릉도 함께 개방된다. 경복궁에서는 새해의 액운을 막는다는 그림인 세화 6천 부를 나눠주고,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세화는 한 해의 첫날에 붙이던 그림이다. 조선의 궁중에서는 새해가 되면 그림을 그려 신하들에게 내렸고, 그 그림은 대문과 방문에 붙어 열두 달 동안 문설주를 지켰다. 종이는 얇고 안료는 붉고 진했으며, 여름 장마를 지나 색이 옅어지면 이듬해 새것으로 갈아 붙였다. 해마다 바꿔 끼우는 소모품이었던 탓에 오늘까지 남은 것이 드물다.

이번에 나누는 6천 부는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에게 돌아간다. 수량이 정해져 있어 연휴 앞쪽으로 몰릴 공산이 크다. 여기에 전통 체험 프로그램이 붙으면서, 궁을 한 바퀴 도는 걸음이 잊혀 가던 세시 풍속을 손으로 만져보는 시간으로 바뀐다.

궁궐을 명절에 열어두는 까닭은 관람객 수에만 있지 않다. 설은 본래 집 안에서 치르는 명절이었고, 도시가 커지면서 갈 곳이 마땅찮은 사람들이 연휴의 며칠을 도심에서 보낸다. 겨울 궁궐은 나뭇잎이 없어 전각의 윤곽과 기와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마른 흙과 소나무 냄새가 마당에 낮게 깔린다. 비어 있을 때보다 사람이 드나들 때 궁이 원래의 쓰임에 가까워 보인다.

세화는 붙였다가 해마다 새로 갈아 붙이던 그림이었다
세화는 붙였다가 해마다 새로 갈아 붙이던 그림이었다 / ⓒ 브레스저널

열어두는 만큼 감당해야 할 몫도 늘어난다. 박석은 오랜 세월 밟혀 모서리가 둥글고, 목조 전각의 마루는 신발과 흙먼지에 약하다. 무료 개방은 궁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놓는 결정이면서, 관리하는 쪽에는 하루치 마모를 더 얹는 결정이기도 하다. 두 가지를 함께 지고 가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요금은 궁궐과 왕릉 모두 받지 않는다. 세화는 6천 부로 수량이 묶여 있으니 이른 시간에 가는 편이 낫다. 겨울 궁궐 마당에는 그늘이 길게 남아 바람이 차다.

붙일 대문이 없어도 세화 한 장은 접어서 가져올 수 있다. 종이는 얇고 붉은빛은 한 해가 지나면 옅어질 텐데, 그 바램이 애초에 이 그림의 쓰임이었다. 연휴에 반나절이 비면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 보길 권한다.

행사 정보
일시: 설 연휴 기간
장소: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조선왕릉
요금: 전면 무료
프로그램: 경복궁 세화 6천 부 배포, 전통 체험 프로그램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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