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얼음이 얼자 마을이 모였다, 여꾸섬 첫 썰매축제

루츠·입력 2026. 02. 01. 오후 1:55:00
의령 가례면 요도마을 주민들이 손수 연 제1회 빙판썰매축제, 하루 동안의 겨울 놀이
물이 얼면 마을의 놀이터가 되던 여꾸섬 겨울 물가
물이 얼면 마을의 놀이터가 되던 여꾸섬 겨울 물가 / ⓒ 브레스저널

경남 의령군 가례면 요도마을 앞 여꾸섬에서 제1회 여꾸섬 빙판썰매축제가 1월 31일 하루 동안 열렸다. 얼어붙은 물가를 놀이터로 삼았던 마을의 겨울 기억을 주민들이 직접 되살린 첫 행사다. 행정의 기획서에서 출발한 일정이 아닌,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날을 잡고 손님을 맞은 하루였다.

축제의 중심은 이름 그대로 얼음판 위의 썰매다. 예전 시골 아이들의 썰매는 널빤지 아래에 굵은 철사를 박아 만든 물건이었고, 두 손에 쥔 송곳으로 얼음을 찍어 밀며 나아갔다. 철사가 얼음을 가르는 소리는 쇳소리보다 사각거림에 가깝고, 언 물 위에는 흙과 물이 섞인 찬 냄새가 낮게 깔린다.

겨울 놀이는 대부분 사라졌다. 강과 논이 얼어야 성립하는 놀이였고, 그 감각을 몸으로 기억하는 세대도 해마다 줄어든다. 주민들이 제1회라는 숫자를 굳이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해 가을, 부산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다.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상영이 돌아가고, 초청작 전체 라인업은 9월 1일에 공개된다. 큰 축제에는 준비된 극장과 확정된 일정표가 있고, 작은 마을 축제에는 물이 얼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널빤지와 철사로 만들던 옛 썰매의 생김새
널빤지와 철사로 만들던 옛 썰매의 생김새 / ⓒ 브레스저널

규모가 작다는 점은 이 행사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성립 조건이다. 축제가 커지면 얼음판은 안전 시설과 관리의 대상이 되고, 마을이 감당하던 몫은 바깥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지금 크기를 지키면 기록되지 않은 채 한 세대와 함께 잦아들 수도 있다. 첫 회를 마친 요도마을이 다음 겨울까지 안고 갈 질문이다.

얼음은 축제가 끝났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2월의 물가는 여전히 차갑고, 마른 갈대는 바람에 서걱인다. 여꾸섬을 찾는 사람은 사람들로 붐비던 하루 대신 그 겨울 풍경을 천천히 걸을 수 있다. 두 번째 축제가 열릴지는 마을이 정할 몫으로 남았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1월 31일(토) 하루
장소: 경남 의령군 가례면 요도마을 여꾸섬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