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창틀이 복도에 그린 격자

인터뷰·입력 2026. 02. 11. 오후 12:26:00
빈 복도에 남은 빛, 아이들이 떠난 자리의 온도
빛은 늘 같은 자리로 들어온다
빛은 늘 같은 자리로 들어온다 / 사진 Jacky. T. R. Chou · Pexels

학교 복도가 길게 뻗어 있다. 오른쪽 창으로 들어온 늦은 오후의 빛이 벽 아래쪽 청회색 페인트 위에 창틀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격자는 바닥의 테라조 타일까지 이어지다가 흐려지고, 복도 저편은 형광등도 켜지지 않은 채 어둑하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도 이 공간은 비어 보이지 않는다. 천장을 따라 늘어선 배관과 오래 닦여 반들해진 바닥, 나무 창틀의 짙은 갈색은 여기서 얼마나 많은 발소리가 오갔는지를 말한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각도로 들어온 빛이 이 벽에 같은 격자를 그렸을 것이다.

교실의 창은 아이들이 가장 오래 바라보는 창이다. 수업이 지루할 때, 혼나고 난 뒤, 친구와 다툰 날에 눈길이 가 닿는 곳. 창의 크기와 방향, 바깥에 무엇이 보이는지는 설계도 위의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그 안에서 보내는 사람에게는 사소하지 않다.

어떤 학교의 복도는 이렇게 밝고, 어떤 복도는 종일 빛이 들지 않는다. 낡은 건물을 고치는 예산과 순서를 정하는 일은 결국 누구의 하루에 빛이 얼마나 들어오는가를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차이는 성적표에 적히지 않아서 오래 눈에 띄지 않는다.

사진 속 빛은 곧 옮겨 가고 격자는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내일 이 시간, 빛은 다시 같은 벽으로 들어온다. 그 앞을 지나갈 아이가 몇 명인지는 사진에 없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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