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닫힌 문이 지키는 것

편집부·입력 2026. 02. 28. 오후 3:35:00
겨울 끝자락의 볕이 한옥 창호에 머무는 오후
문은 닫혀 있고, 볕은 열려 있다
문은 닫혀 있고, 볕은 열려 있다 / 사진 Henry Acevedo · Pexels

기와 처마가 만든 그림자가 벽 위쪽을 가로로 자른다. 그 아래 판문이 서고 그 옆에 창호가 붙어 늦은 오후의 볕을 정면으로 받는다. 나무는 오래 마른 뒤에야 나오는 붉은 기를 띠고, 창호지는 빛을 안쪽으로 흘려보내며 희게 부푼다.

마당의 흙은 발자국 하나 없이 고르다. 댓돌은 새로 놓인 듯 밝고, 그것을 밟고 오르내리는 사람은 없다. 문은 모두 닫혀 있지만 잠긴 느낌보다 기다리는 느낌에 가깝다.

오래된 문에는 두 얼굴이 있다. 안을 지키는 쪽과, 밖에서 다가오는 이를 맞는 쪽이다. 못 자국 하나, 경첩의 검푸른 색, 문살이 갈라놓은 빛의 격자에는 여닫힌 횟수만큼의 손자국이 남아 있다.

보존이란 이런 것이다. 쓰이지 않는 상태로 박제해 두는 일과는 다르게,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는 상태로 두는 일. 문틀이 뒤틀리지 않게 나무를 고르고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손은 매년 돌아온다.

댓돌 옆 흙바닥에는 빗자루가 훑고 지나간 결이 얕게 남아 있다. 문고리 아래 나뭇결이 유독 닳아 색이 옅어진 부분도 보인다. 손이 반복해서 닿은 곳만 그렇게 밝아진다. 사람의 기척이 없다던 마당은 실은 조금 전까지 누군가가 쓸고 매만진 표면이며, 그 손길이 닫힌 문을 잠금에서 기다림으로 바꿔 놓았을 것이다.

겨울이 물러나고 남은 볕이 마루를 데운다. 사진 속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그 나무가 견뎌온 계절의 수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문살 사이를 들여다보면, 그 안쪽의 어둠이 비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편집부 · Breath.Culture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