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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술 익은 예산 신암양조장, 충남 등록문화유산 되다

루츠·입력 2026. 02. 11. 오후 4:51:00
한일 절충식 목구조와 소화 시대 항아리 일곱, 노동의 시간이 유산으로
1930년대에 지어져 지금도 술을 빚는 예산 신암양조장
1930년대에 지어져 지금도 술을 빚는 예산 신암양조장 / ⓒ 브레스저널

충청남도가 예산군 신암면의 '예산 신암양조장'을 도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고시했다고 2월 10일 밝혔다. 도내 등록문화유산으로는 여덟 번째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이 근대 양조시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산업화의 시간을 통과하면서도 술 빚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설 연휴를 앞둔 겨울, 90년 가까이 발효가 이어져 온 건물 한 채가 보존해야 할 자리로 옮겨 앉았다.

등록 사유는 두 갈래다. 하나는 한일 절충식 목구조라는 건축양식과 지역사에서 이 장소가 차지해 온 무게, 곧 역사적 가치다. 다른 하나는 전통 양조 기술과 생산 공간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근대 주류산업과 생활 문화를 함께 보여준다는 문화사적 가치다. 건물과 더불어 그 안에서 반복돼 온 일과 손놀림까지 등록의 근거가 됐다는 뜻이다.

안에는 소화(昭和) 시대 술항아리 일곱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쓰인 것으로 확인되는 건물 뼈대 일부도 그대로다. 1958년에 중수했다는 사실을 적어 둔 상량문 역시 대들보 위에 남아 있어, 이 집이 언제 한 번 크게 손을 봤는지를 스스로 증언한다. 나무와 흙과 옹기, 재료의 목록만 늘어놓아도 20세기 중반의 작업장 냄새가 얼추 그려진다.

등록까지는 5년이 걸렸다. 2021년 도 등록문화유산 등록 지원사업이 출발점이었고, 2023년 예산군이 신청서를 냈다. 2024년에는 충남도 문화유산위원회가 현지를 조사하고 사전 검토를 진행했으며, 같은 시기 도내 양조장을 대상으로 한 기초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최종 심의는 지난달에 끝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양조장의 나이를 두고는 표기가 갈린다. 1930년대 건립이라는 기술과 1937년 영업 개시라는 기술이 함께 돌아다니고, '백 년 전통'이라는 말도 붙는다. 어느 쪽을 기점으로 삼아도 2026년 현재 89년에서 96년 사이이니, 백 년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숫자다. 건립과 개업의 정확한 관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등록문화유산이 된 근대 산업시설은 늘 같은 질문을 안고 간다. 그대로 두면 낡고, 고치면 원형이 지워진다. 신암양조장은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지금도 지역민이 마시는 신암막걸리를 만드는 가동 중인 공장이라는 점이다. 발효는 온도와 습도를 요구하고, 보존은 손대지 않기를 요구한다.

충남도는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추진하면서 근대 산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넓히고, 지역 문화자원으로 쓸 방법도 함께 찾겠다고 했다. 조일교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 양조장을 충남 근대 양조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산업유산으로 평가하며 보존과 활용을 함께 언급했다. 예산군도 이번 등록을 계기로 지역에 묻혀 있던 문화유산을 계속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활용이 어떤 형태가 될지, 얼마의 예산이 붙을지는 이 시점에 정해진 바가 없다.

충남도가 지금 관리하는 근현대 등록문화유산은 금산 배천조씨 종택을 포함해 여덟 건이다. 종택과 양조장이 같은 목록에 나란히 놓인 장면은 그 자체로 시선의 이동을 보여준다. 반가의 기둥에 더해 술도가의 항아리도 남길 것이 됐다.

설 연휴에 예산 신암면 쪽으로 길이 닿는다면, 목구조 처마 아래에서 잠깐 걸음을 멈춰볼 만하다. 겨울 공기 속에서도 발효조 근처에는 시큼하고 눅진한 냄새가 남아 있다. 문화유산 번호가 붙기 전에도 그 냄새는 90년 동안 같은 지점에 있었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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