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태권도, 겨루기의 몸짓이 경계를 지운다

루츠·입력 2026. 01. 22. 오후 6:49:00
3월 신청서 제출·12월 심사, 씨름 이후 두 번째 공동 등재를 향해
맞선 두 사람이 같은 박자로 움직일 때 겨루기는 대화가 된다
맞선 두 사람이 같은 박자로 움직일 때 겨루기는 대화가 된다 / ⓒ 브레스저널

오는 3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사무국 앞으로 서류 한 뭉치가 도착한다. 국가유산청이 준비 중인 태권도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다. 한국 단독이 아니라 북쪽과 함께 이름을 올리는 형식을 우선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서류는 종목 하나의 승격 절차 이상을 품는다.

도복 깃이 스칠 때 나는 마른 면포 소리, 맨발이 마루를 밀어낼 때의 둔탁한 마찰음. 태권도의 물성은 화려한 도구가 아닌 사람의 몸과 바닥 사이에서 나온다. 그 소박한 재료가 두 체제의 공식 문서 위에 같은 이름으로 얹힐 수 있느냐를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경로는 북쪽이 먼저 열었다. 2024년 3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등재를 신청했고, 그 심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결정은 11월 30일 개막해 12월 5일 폐막하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개최지는 중국 샤먼이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올해 첫 회의에서 차기 신청 대상 종목으로 태권도를 골랐다. 12월 회의에서 남북이 나란히 등재되는 안을 우선 검토하되, 북측 등재가 앞서 확정되면 한국이 뒤이어 목록에 더해지는 확장 방식도 열어두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태도의 변화다. 북측의 단독 신청이 알려졌을 무렵 정부는 공동 등재를 논의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는 선을 지켰고, 국내 절차에 따라 지원하겠다는 정도로 답했다. 그 뒤 관련 단체와 협의를 거치며 공동 등재 쪽으로 방침을 옮겼다. 다만 남북 사이에 실제로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북측이 이 형식에 동의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선례는 씨름이다. 2018년 아프리카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제13차 회의에서, 위원회는 남북이 따로 낸 씨름 신청서를 하나로 묶어 대표목록에 올렸다. 예정된 심사 순서를 앞당겨 안건을 상정했고 24개 위원국이 만장일치로 손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위원회는 전례가 없는 결정이자 평화와 화해를 위한 조치라고 그 의미를 새겼다.

각각 낸 신청서가 하나의 목록으로 합쳐지는 것이 공동 등재다
각각 낸 신청서가 하나의 목록으로 합쳐지는 것이 공동 등재다 / ⓒ 브레스저널

공동 등재라는 형식이 무엇을 건드리는지는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무형유산은 성벽이나 능묘처럼 한 지점에 못 박히지 않는다. 씨름의 샅바도, 태권도의 발차기도 휴전선 양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져왔고, 그래서 소유권을 따지는 순간 유산의 성격 자체가 훼손된다. 보존이 곧 소유의 확정이 되는 일을 피하려면 목록의 이름 칸을 둘로 쓰는 수밖에 없다.

물론 무형유산의 공동성은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등재된 종목은 곧 관광 자원이 되고 교재가 되고 국제 대회의 명분이 된다. 활용의 열기가 높아질수록 어느 쪽 태권도가 원형이냐는 다툼이 되살아날 여지도 커진다. 씨름 등재 이후의 8년이 그 긴장을 완전히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할 일이다.

위원회는 협약 가입국 총회에서 뽑힌 24개국으로 꾸려져 해마다 한 차례 모여 신청서를 의결한다. 한국이 지금까지 올린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3건. 종목 보유가 많은 나라로 분류돼 2년에 한 번 심사를 받고, 2028년에는 인삼문화가 평가대에 오른다. 태권도가 남북 공동으로 등재되면 씨름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3월의 서류 제출과 12월 샤먼의 표결 사이에 열 달 가까운 간격이 놓인다. 그 사이 신청 종목의 정식 명칭이 어떻게 정해질지, 공동 신청과 확장 등재 중 어느 형식을 택할지가 차례로 드러날 것이다. 겨루기는 상대가 있어야 성립하는 몸짓이고, 상대의 호흡을 읽지 못하면 한 합도 이어지지 않는다.

동네 도장의 저녁 시간에 가보면 그 리듬을 직접 볼 수 있다. 마루를 딛는 발소리가 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반복된다. 서류가 그 박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연말에 알게 된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