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이 2026년 주요 업무의 중점 추진 과제로 '무형유산의 온전한 전승과 창의적 계승'을 내걸고 전승 체계 전반의 개선안을 내놨다. 국내 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기준 75.8세다. 2021년 73.9세에서 두 살 가까이 올라갔다. 기술을 몸에 지닌 사람들이 늙어가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유자는 전체 170여 명이다. 그중 70~80대가 70%를 넘고, 90대도 열 명 이상이다. 어떤 종목은 보유자가 오래 비어 있어 전승이 끊길 처지에 놓였고, 국가유산청은 국가 긴급보호 종목을 대상으로 미래 전승자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산과 시행 시기를 담은 세부 설계는 공개 전이다.
숫자를 옆으로 밀어두고 보면, 전통이 사라지는 자국은 훨씬 조용한 곳에 남는다. 목록에는 남아 있는데 부엌에서는 없어진 것들이다. 장 담그기가 그렇다. 이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라 있지만, 정월에 메주를 소금물에 앉히는 집은 손에 꼽는다.
세종 전통문화체험관은 사찰음식 체험관에서 '내가 담고 세월이 빚는 정월 장 담그기 특강'을 열었다. 사찰음식 1급 장인이자 용인 극락사 주지인 여거스님이 강사로 나섰고, 시민 60명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뉘어 참여했다. 짠 소금물에 잠긴 메주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 옹기 벽을 긁는 나무주걱 소리, 검붉게 가라앉는 간장 빛깔은 배워서 익히는 것이라기보다 곁에서 자라며 스며드는 것이었다. 이제는 신청서를 내고 강의실에서 만난다.
이날 담근 장은 체험관 장독에서 약 1년을 숙성·발효한 뒤 참가자 개인에게 전달된다. 배우는 데 두 시간이 걸리고, 완성되는 데는 한 해가 걸리는 셈. 전승이라는 말이 왜 교육과 다른지를 이 시간차가 보여준다.
울산 울주군은 지난 2월 1일 향교·서원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강학·인성·예절·의례·문화예술 등 전통문화예술 계승과 교육 사업, 제향과 공동체 의례를 포함한 전통의례 사업, 시설개선과 환경정비 사업이 대상이다. 군은 의원 발의로 '향교·서원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도 함께 추진한다. 조례안 처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울산시가 유형문화재로 지정한 향교는 두 곳이고, 그중 하나인 유형문화재 8호 언양향교가 울주군에 있다. 서원은 웅촌면 석계서원, 언양읍 반구서원, 두동면 치산서원, 삼동면 원강서원, 웅촌면 자암서원까지 다섯 곳이다. 향교는 고려·조선의 지방 관학이었고, 서원은 선현을 모시고 유생을 가르치던 사설 교육기관이었다. 관과 민이 갈라 맡았던 두 계보가 지금은 같은 지원 목록에 나란히 오른다.
석계서원에서는 지난해 10월 29일 '2025년 충숙공 이예 선생 추모향제'가 열렸다. 이예 선생은 조선 초기 대일 통신사로 40여 회 일본에 건너가 조선 포로 667명을 데려왔고 삼포조약 체결에 관여했다고 전해지며, 2010년 외교부의 '외교를 빛낸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언양향교는 2026년도 평생교육 학습반을 개강했다. 제향과 강학이라는 두 기능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다.
지원에는 늘 두 갈래 힘이 맞선다. 건물을 원형대로 지키자는 쪽과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으로 쓰자는 쪽이다. 마루가 닳고 기와가 깨지는 것을 감수해야 강학이 이어지고, 훼손을 막으려 문을 잠그면 보존된 것은 껍데기가 된다. 울주군의 사업 항목이 시설정비와 교육·의례를 함께 묶은 것은 그 긴장을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제도가 손을 뻗는 속도와 사람이 늙는 속도는 다르다. 90대 보유자 열 명에게 남은 시간은 예산 편성 주기보다 짧다. 선언과 조례가 늦은 응답이라면, 응답의 진짜 크기는 예산 규모와 미래 전승자 제도의 설계가 나올 때 드러난다.
언양향교의 평생교육 학습반은 이번 학기 문을 열었고, 울주군의 서원 다섯 곳은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세종 체험관 장독 안에서는 시민 60명의 장이 내년 이맘때를 향해 천천히 색을 바꾸는 중이다. 겨울 장독 뚜껑을 한 번 열어보는 것으로 시작되는 계승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