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가 생산성을 올린 직군마저 청년 채용은 줄었다

미디어·입력 2026. 02. 10. 오전 7:22:00
대체 위험군·수혜군 양쪽에서 29세 이하 신규 채용 감소
AI에 밀린 직군과 AI 덕을 본 직군, 청년 채용은 양쪽 모두에서 줄었다
AI에 밀린 직군과 AI 덕을 본 직군, 청년 채용은 양쪽 모두에서 줄었다 / ⓒ 브레스저널

AI가 일을 대신하는 직군에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예상 밖은 그 반대편이다. 지난 2월 5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문아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경제정책그룹장은 '인공지능과 일자리: 노동친화적 대응의 필요성'을 발표하며, 29세 이하 청년층의 신규 채용이 AI 대체 위험 직군과 AI 수혜 직군 양쪽에서 모두 줄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생산성이 오른 쪽에서도 신입은 덜 뽑았다는 뜻이다.

수치의 방향은 뚜렷하다. 회계·경리 사무원처럼 AI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군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9월 17%에서 2025년 9월 10%로 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AI를 쓰면 생산성이 올라가는 수혜 직군 비중은 31%에서 35%로 4%포인트 늘었다. 연구 관리자, 교도관, 사회복지사가 수혜 직군 사례로 제시됐다.

줄어든 쪽과 늘어난 쪽의 합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험군에서 빠져나간 7%포인트를 수혜군의 4%포인트가 다 받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늘어난 수혜군 안에서도 중장년층 고용은 안정적이었던 반면 청년 신규 채용은 감소했다. 기술이 만든 자리에 들어가는 사람이 새로 진입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왜 수혜 직군에서까지 신입이 줄었는지는 업무 구조 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민대홍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품 설명문을 요약하고 고객 설득 이메일을 보내는 업무를 두 팀이 나눠 맡은 경우와, 한 팀이 생성형 AI로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한 경우를 비교했다. 정확성·완성도·표현력·논리성·설득력과 소요 시간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분업을 없앤 쪽 성과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실험의 표본 규모와 구체적 수치는 공개된 바 없다.

분업이 사라지면 사라지는 것은 중간 공정이다. 요약만 하던 사람, 초안만 쓰던 사람의 몫이 한 사람의 작업 흐름 안으로 흡수된다. 그런데 조직에서 그 중간 공정을 맡아온 것은 대개 경력이 짧은 인력이었다. AI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성과를 가른다는 결론은, 뒤집어 보면 일을 잘게 쪼개 신입에게 맡기는 훈련 경로가 축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업이 통합되면 신입이 익히던 중간 공정부터 사라진다
분업이 통합되면 신입이 익히던 중간 공정부터 사라진다 / ⓒ 브레스저널

제조 현장의 긴장은 더 직접적이다. 현대자동차는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순차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울산공장 노동자 54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8명이 아틀라스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월 22일 소식지에서 노사 합의 없이 로봇을 공장에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해외에서도 같은 계산이 돌아간다. 아마존은 3개월간 화이트칼라 3만 명을 정리해고했고, 장기적으로 운영의 약 75%를 자동화하려는 내부 계획이 보도되면서 로봇 도입으로 약 60만 개 일자리 창출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문건 내용도 알려졌다. 아마존 대변인은 이를 회사 내 한 팀의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자 약 800명 중 300명가량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생성형 AI 등장 이후 온라인 검색 유입이 3년 사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점을 사유로 들었다.

기술의 실제 성능은 발표된 계획보다 좁다. 아마존의 촉각 인식 로봇 시스템 벌컨은 물류창고의 피킹과 적재 상당 부분을 처리하지만 소수 시설에서만 돌아가고, 4단 이동식 선반의 맨 위와 맨 아래 칸 물품만 다룬다. 가운데 두 칸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아마존 로보틱스 수석 기술자 타이 브레이디는 런던에서 열린 콘퍼런스 인터뷰에서 직원 1000명 규모 창고의 인원이 로봇 확대 이후에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같은 회사 내부 문건과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진술이다.

정책 쪽 논의도 움직이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2월 5일 미래사회전략 분과회의를 열고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다뤘다.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AI의 노동시장 영향이 주요 의제로 올랐고, AI는 단기 위험으로는 낮게, 10년 뒤 장기 위험으로는 노동시장을 재편할 핵심 요인으로 높게 평가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62)가 새로 취임한 한국경제학회 학회장직을 맡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도 토론 주제로 언급됐다.

당장 필요한 것은 훈련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신입이 잘게 쪼개진 업무로 실력을 쌓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AI를 쥔 채 전 과정을 감당하도록 가르치는 교육과 채용 기준이 따라와야 한다. 로봇 배치는 2028년, 노란봉투법은 다음 달, 청년 고용 통계는 매달 나온다.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는지가 앞으로 몇 년간 20대의 첫 직장을 결정한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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