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근로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쓰고 있지만, 상황과 목표에 맞춰 능숙하게 지시문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남짓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28일 발표한 '생성형 AI와 기업의 생산성: 현실과 과제' 보고서의 내용이다.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임금근로자 3000명을 조사한 결과 활용률은 56.3%, 이른바 '고도 활용자'는 13.6%로 나타났다. 도구가 퍼진 속도와 그것을 다루는 손의 숙련도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생성형 AI는 사람이 글로 지시하면 문서·코드·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지시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 지시문을 프롬프트라고 부른다. 보고서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높을수록 생산성 개선 효과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어떤 지표와 모형으로 그 관계를 측정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효과의 크기는 작지 않다. 생성형 AI 활용은 근로시간을 평균 17.6%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고, 이용자들은 이 도구가 없었다면 8.4시간을 더 일해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는 2025년 9월 2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도구의 성능이 그때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하한선에 가깝게 읽는 편이 안전하다.
활용률은 집단에 따라 갈렸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이 77.6%로 가장 높았고 전문서비스·과학업이 63.0%로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66.5%,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52.7%로 13.8%포인트 차이가 났다. 성별로는 남성, 연령대로는 젊은 층, 소득으로는 고소득층, 직종으로는 화이트칼라에서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 쓰는 쪽의 이유다. 활용하지 않는 근로자는 28.5%였는데, 이들은 '업무에 별 효용이 없어서'와 '쓸 줄 몰라서'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회사의 보안 정책이나 내부 규정 같은 제도적 제약을 이유로 꼽은 비중은 대기업이 25.5%, 중소기업이 12.3%였다. 도입을 막는 벽이 대기업에서는 규정 쪽에, 중소기업에서는 역량 쪽에 더 무겁게 걸려 있는 셈으로 읽힌다.

업무 영역을 보면 격차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문서 작성과 요약이었다. 그런데 사용 빈도가 높은 이용자일수록 전문적·창의적 업무에서 AI를 쓰는 비중이 커졌다. 같은 도구가 어떤 사람에게는 타자기 대용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획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할지 보완할지에 대한 인식도 경력에 따라 나뉘었다. 완전 대체를 1점, 완전 보완을 5점으로 놓았을 때 초기 경력자의 업무는 2.92점, 중간 경력자는 3.25점, 고경력자는 3.28점이었다. 경력이 짧을수록 자기 일이 대체 쪽에 가깝다고 본다는 뜻이다.
응답자의 인식을 물은 결과이지 실제 대체 가능성을 잰 수치는 아니지만, 신입 단계의 업무 설계를 다시 들여다볼 근거로는 충분하다. 보고서에는 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의견을 냈다.
기업의 다음 과제는 계정 배포가 아니라 숙련도 관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활용률이 절반을 넘긴 조직에서 도구를 더 깔아봐야 얻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는다. 반면 13.6%와 나머지 사이의 간격은 교육·업무 재설계·사내 사례 공유로 좁힐 여지가 크다. 성과 격차가 부서 사이가 아니라 옆자리 동료 사이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학습 경로를 만들지 않은 결과다.
주 8.4시간이면 하루 근무일 하나가 통째로 비는 분량이다. 그 시간을 야근을 줄이는 데 쓸지, 더 어려운 일을 시도하는 데 쓸지는 도구가 정해주지 않는다. 지금 생성형 AI를 문서 요약에만 쓰고 있다면, 이번 주 안에 자신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업무 하나를 골라 그 일을 AI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부터 써보길 권한다. 격차는 접속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설명을 다듬는 시간에서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