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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도성과 함께 유네스코 문을 두드리다

루츠·입력 2026. 02. 07. 오전 7:08:00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묶은 신청서 제출, 2027년 판가름
북한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 계곡을 품는 포곡식 구조다
북한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 계곡을 품는 포곡식 구조다 / ⓒ 브레스저널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놓인 탕춘대성을 하나로 묶은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지난 1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됐다. 고양시와 국가유산청, 서울시, 경기도가 함께 낸 서류다. 신청서는 세계유산센터의 완성도 검사를 거친 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손으로 넘어간다. 평가는 오는 3월 시작된다.

겨울의 북한산성 성벽에 손을 대보면 화강암은 손끝을 붉게 만들 만큼 차갑다. 회백색 돌은 이끼가 앉은 자리마다 검푸르게 변색돼 있고, 성돌 사이를 지나는 바람은 계곡 쪽에서 낮고 길게 울린다. 이 성곽은 능선만 타지 않는다.

산줄기를 두르면서 계곡을 안쪽으로 품는 포곡식 구조를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물이 있는 곳을 성 안에 넣어야 사람이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성곽에 붙은 이름은 각각 다르다. 한양도성은 왕과 도시를 감싼 도성이고, 북한산성은 유사시 임금과 백성이 들어가 버티는 입보성이다. 탕춘대성은 그 사이에서 두 성을 하나의 몸으로 만드는 구실을 했다. 창고 시설을 지키고, 피난과 장기전을 감당하는 통로였다는 설명이 붙는다.

이 묶음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오래 축적된 실패가 있다. 한양도성은 2008년부터 서울시가, 북한산성은 2011년부터 고양시가 각각 단독 등재를 밀어붙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2021년, 두 성곽을 수도 방어 시스템의 총체로 읽는 전략이 세워졌고 탕춘대성이 그 안에 들어왔다. 탕춘대성은 2024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이 됐다.

도성·입보성·연결성 세 겹으로 짜인 수도 방어 체계
도성·입보성·연결성 세 겹으로 짜인 수도 방어 체계 / ⓒ 브레스저널

비교 대상은 늘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은 2002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4년 등재됐고, 17세기 극동지역 방어적 군사공학이 집대성된 산성이자 요새화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12년, 같은 조선의 산성이 다시 같은 문을 두드린다. 앞선 유산과 겹치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말할 것인지가 이번 신청의 관건이 된다.

일정은 촘촘하다. ICOMOS 평가가 3월에 시작되고, 현지 실사는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최종 결론은 2027년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나온다. 그때까지 성곽은 지금처럼 눈과 비를 맞으며 서 있을 것이다.

등재가 확정되면 고양시는 서삼릉·서오릉 조선왕릉과 함께 세계유산 두 건을 가진 경기도 유일의 자치단체가 된다. 경기도로서는 수원화성, 조선왕릉, 남한산성 다음의 네 번째 세계유산이 된다는 계산도 나온다. 고양시 관계자는 경주와 부여, 공주가 등재 이후 국내외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사례를 들며 지역 활성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래혁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등재 준비와 관계기관 협력 방침을 언급했다.

여기서 말을 아껴야 할 대목이 있다. 사람이 몰리는 일과 성벽이 남는 일은 저절로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등재는 보존 의무를 무겁게 지우는 절차이고, 방문객 증가는 그 의무를 시험하는 압력이다. 계곡을 안고 도는 성벽은 흙과 물이 움직이는 곳에 서 있어 발길이 늘수록 발밑부터 닳는다.

산성 안 마을과 사찰, 성문에 이르는 길은 지금도 열려 있다. 대서문에서 시작해 중성문을 지나 대남문까지 오르는 동안 성벽은 계곡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바위 능선으로 올라선다. 그 오르내림이 이 성곽의 문장이다. 판정이 나오기까지 남은 열일곱 달은, 서류가 설명하려는 것을 두 발로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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