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나무의 시간』, 백 년을 견딘 목재의 셈법

페이지·입력 2026. 05. 17. 오후 1:40:00
목재를 다뤄 온 저자가 쓴 나무와 전통 건축의 시간 감각
『나무의 시간』이 바라보는 것은 이런 결이다
『나무의 시간』이 바라보는 것은 이런 결이다 / 사진 Rajesh Dhungana · CC BY-SA 4.0

백 년을 버티는 물건을 우리는 지금 몇 개나 만들고 있을까. 나무는 자라는 데 수십 년이 걸리고, 잘 쓰면 그보다 몇 배를 더 산다. 성장의 시간과 사용의 시간이 이토록 어긋나는 재료는 드물다. 『나무의 시간』(김민식 지음, 브.레드, 2022)은 그 어긋남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책은 나무라는 재료를 다루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쓰였다. 수종과 산지, 켜는 방식과 말리는 과정처럼 목재가 목재로 완성되기까지의 공정이 서술의 축을 이룬다. 큰글자책으로도 나와 있어 판형이 넉넉하고, 천천히 읽히는 글이다.

나무를 손으로 만져 본 사람은 안다. 갓 켠 판재의 냄새, 대패가 지나갈 때의 짧고 마른 소리, 오래된 기둥의 표면이 손끝에 남기는 미세한 요철. 이 책의 문장은 그런 감각을 지우지 않은 채 재료의 이력을 따라간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목재를 쓰고, 그 목재는 수백 년 뒤에도 해체와 수리를 거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부재 하나를 갈아 끼우면 건물 전체는 계속 산다. 폐기와 신축을 반복하는 오늘의 계산법과는 다른 회계가 거기 있다.

그래서 이 책이 건드리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목재를 얻으려면 숲을 백 년 단위로 관리해야 하고, 그 숲을 관리하려면 목재를 계속 써야 한다. 보존하려면 베어야 하고, 베려면 심어야 한다. 저자는 이 긴장을 매끈하게 봉합하지 않는다.

나무의 시간 · 김민식 · 브.레드
나무의 시간 · 김민식 · 브.레드 / 표지 · 브.레드

책의 힘은 재료에 밀착해 있다는 데서 나온다. 목재를 생태 담론의 상징으로 소비하는 대신 팔리고 켜지고 마르는 물건으로 붙잡아 둔다.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책들이 통계와 정책으로 올라가 버릴 때, 이 책은 나뭇결의 높이에 머문다.

얇아지는 곳도 있다. 재료의 시간을 촘촘히 그리는 만큼, 그 재료가 놓이는 산업과 제도의 그림은 성글다. 목재 수급이 국경을 넘나드는 오늘의 조건이나 수리 현장의 실제 제약을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다른 책이 한 권 더 필요하다.

목수와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 지역의 목조 건물을 지키는 일에 얽힌 이들에게 권한다. 무언가를 오래 쓰고 싶은데 그 이유를 말로 옮기지 못했던 독자에게도 맞다. 읽고 나면 가까운 고택이나 사찰의 마루 밑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기둥 아랫동을 갈아 끼운 흔적이 보인다면, 그 건물은 이미 이 책이 말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다.

한 줄 평: 나무를 파는 사람의 손으로 쓴, 오래 쓰는 일이 왜 가장 오래된 환경 실천인지에 관한 기록

페이지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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