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을 한 시간 하면 무엇이 줄어드는가. 이 질문은 가정의 달이면 유독 꺼내기 어려워진다. 5월의 언어는 감사와 사랑에 기울어 있고, 그 안에서 시간을 세는 말은 야박하게 들린다. 『돌봄과 작업』(정서경 지음, 돌고래, 2023)은 그 야박한 계산을 굳이 해 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책은 돌봄과 일을 나란히 놓는다. 제목의 두 단어가 접속사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이미 이 책의 태도를 보여 준다. 돌봄이 일을 방해하는 것도, 일이 돌봄을 밀어내는 것도 아니고, 두 가지가 한 사람의 하루 안에서 동시에 굴러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2023년에 나온 이 책은 두 권 세트로 묶여 있어, 한 권을 덮은 뒤 다시 이어 읽는 호흡을 요구한다.
읽히는 결은 차분하다. 목소리를 높여 제도를 성토하지도, 돌보는 사람을 성인으로 떠받들지도 않는다. 대신 하루를 어떻게 쪼개 썼는지, 그 쪼갬이 일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담담하게 적는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는 종류의 글이다.
브레스저널이 이 책을 5월에 꺼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돌봄은 복지의 문제이자 노동의 문제이고, 동시에 교육의 문제다. 아이를 기르는 시간, 아픈 가족 곁에 앉아 있는 시간은 가계부에 기록되지 않지만 누군가의 경력에서는 확실하게 차감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시간에는 값이 매겨지지 않는다.
이 책의 힘은 그 값 없는 시간을 다시 시간으로 되돌려 놓는 데 있다. 돌보는 사람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하루를 설계하고 조정하는 사람으로 본다. 돌봄을 하면서 일을 계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필요가 개인의 의지로 메워지고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이 물음은 육아휴직이나 돌봄휴가 같은 제도를 논할 때 늘 뒤로 밀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얇아지는 지점도 있다. 개인의 기록이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제도가 어디서 어떻게 끊기는지에 대한 분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돌봄을 감당할 여력 자체가 다른 사람들, 이를테면 교대근무자나 프리랜서, 1인 가구의 조건은 이 책 바깥에 있다. 사적인 경험을 정직하게 적는 책의 미덕과, 그 경험이 대표하지 못하는 범위는 함께 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돌봄 관련 서적들 사이에서 갖는 차이는 뚜렷하다. 돌봄을 미담으로도 비극으로도 처리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의 조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돌봄을 다룬 많은 책이 감정의 언어에서 출발할 때, 이 책은 일정표에서 출발한다. 그 출발점의 차이가 끝까지 유지된다.
권하고 싶은 독자는 셋이다. 돌봄 때문에 일을 줄였거나 그만둔 사람, 곁에서 그 결정을 지켜본 사람, 그리고 돌봄 정책을 설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 앞의 두 사람에게는 자기 시간을 설명할 말이 생기고, 뒤의 사람에게는 통계표 뒤에 어떤 하루가 있는지가 보인다.
가정의 달이 지나면 카네이션은 시들지만 돌봄의 시간표는 6월에도 그대로다. 달라지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돌봄을 사랑의 증명이 아니라 시간의 배분으로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말을 먼저 꺼낸 쪽에 서 있다.
한 줄 평: 돌봄을 감사의 언어에서 꺼내 일정표 위에 올려놓는, 조용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