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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성장이 멈춘 자리의 작동 원리

페이지·입력 2026. 01. 12. 오후 7:04:00
새해 전망이 쏟아지는 달에 다시 펼쳐 보는 2018년의 구조 진단서
『수축사회』는 확장이 멈춘 뒤의 사회를 다룬다
『수축사회』는 확장이 멈춘 뒤의 사회를 다룬다 / 사진 CC0

파이가 더 커지지 않을 때, 사람과 기업과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 새해 전망 자료가 쏟아지는 1월에는 성장률 소수점 뒤가 논쟁의 중심에 놓인다. 그 소수점이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전체 크기가 늘지 않는 상태가 상수가 되면 경제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뀐다. 홍성국의 『수축사회』(메디치미디어, 2018)는 그 상태에 이름을 붙인 책이다.

제목이 곧 개념이다. 저자는 팽창을 전제로 짜인 제도와 습관이 팽창이 멈춘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을 수축사회로 부른다. 출간은 2018년, 지금으로부터 여덟 해 전이다. 서술은 특정 분기의 지표를 좇기보다 구조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따라간다.

책의 결은 경기 예측서와 다르다. 예측서는 다음 해 성장률과 금리 경로를 말하고 끝나지만, 이 책은 그 수치가 낮은 상태로 굳었을 때 사회 각 부문이 어떤 행동을 택하는지를 설명한다. 확장기에는 서로 다른 이해가 성장분으로 조정되지만, 수축기에는 같은 크기를 나누는 문제로 바뀐다. 갈등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이 지점은 산업 취재의 관심사와 곧바로 만난다. 산업 전환은 새 시장을 여는 일이면서 동시에 기존 설비와 일자리를 정리하는 일이다. 전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는 파이가 커질 때와 커지지 않을 때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자산 가격 상승이 모든 참여자를 태워 주던 국면과 그렇지 않은 국면에서 위험의 분포가 달라진다.

수축사회 · 홍성국 · 메디치미디어
수축사회 · 홍성국 · 메디치미디어 / 표지 · 메디치미디어

ESG 논의를 읽을 때도 이 틀은 쓸모가 있다. 배출을 줄이는 일과 매출을 늘리는 일이 나란히 가던 시기가 지나면, 두 목표는 자원 배분을 두고 경쟁한다. 기업 공시에 담긴 감축 목표를 볼 때 실행 재원의 출처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힘은 시야의 넓이에 있다. 인구, 부채, 기술, 국제 질서를 하나의 상태 진단 아래 묶어 두었기 때문에 개별 뉴스를 따로 읽을 때보다 연결이 잘 보인다. 저성장을 다룬 책들이 대개 원인 분석이나 정책 처방 한쪽으로 기우는 데 비해, 이 책은 '이미 그 상태에 들어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진단이 먼저이고 처방은 그 뒤다.

얇아지는 대목도 있다. 넓게 펼친 만큼 각 부문의 설명은 깊이보다 배치에 무게가 실린다. 특정 산업의 전환 경로를 숫자로 따져야 하는 독자라면 이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문별 자료를 따로 붙여야 한다.

2018년에 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 뒤 팬데믹과 공급망 재편을 거치며 바뀐 조건은 독자가 스스로 갱신하며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예측을 구하는 사람보다 판단의 틀을 정비하려는 사람에게 맞는다. 실적 계획을 짜는 실무자, 전환 비용의 배분을 설계하는 정책 담당자, 매달 쏟아지는 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꿰어 읽을지 고민하는 투자 실무자에게 특히 그렇다. 여덟 해 전 책을 지금 펼치는 이유는 저자가 무엇을 맞혔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세운 좌표가 아직 유효한지 대조하기 위해서다. 한 줄 평: 성장률 소수점을 보기 전에 그 소수점이 무엇을 결정하는지 알려 주는 책.

페이지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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