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남은 결과가 몇 줄뿐인 날이 있다. 대부분은 스스로를 탓하며 하루를 넘긴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 2023)은 그 자책의 방향을 돌려놓는다. 집중이 무너진 원인을 개인의 의지력에서 떼어내 우리가 하루 종일 머무는 환경 쪽으로 옮겨 놓는 책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다. 취재를 축으로 삼아 흩어진 주의력의 배경을 좇는 방식으로 논의를 끌고 간다. 학술서의 결이라기보다 현장을 다니며 정리한 보고에 가깝다. 그래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읽히고, 읽는 동안 자기 하루를 계속 대조하게 된다.
이 책이 기술 지면에서 다뤄질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서비스 상당수는 '주의력 경제'의 원리 위에 서 있다. 사용자가 화면에 머문 시간이 곧 매출로 환산되는 구조를 뜻하는 말이다. 이 체계에서 알고리즘은 유용함이 아니라 체류 시간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된다.
추천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사용자가 스스로 다음 행동을 고를 여지는 줄어든다. AI 비서와 생성 도구가 일상 업무로 들어오는 흐름도 같은 갈림길 앞에 있다. 잘 만들면 잡무를 걷어내 사람이 깊이 생각할 시간을 돌려주고, 잘못 만들면 알림과 제안으로 하루를 더 잘게 쪼갠다. 이 책은 그 갈림길이 개인의 습관이 아닌 제품 설계 단계에서 갈린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여기서 디지털 환경의 공공성이라는 주제가 따라 나온다. 도로의 안전이나 공기의 질을 개인의 조심성에만 맡기지 않듯, 온라인 공간의 설계 규범도 사적 선택의 영역으로만 남기 어렵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해 계획에 '휴대폰 덜 보기'를 적어 넣기 전에, 그 화면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책의 힘은 문제를 개인 윤리에서 공적 사안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자기계발서들과 갈라지는 지점도 거기다. 다만 진단의 폭이 넓은 만큼 처방은 상대적으로 얇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선명하게 그려지지만, 어떤 규칙과 어떤 기술적 대안으로 그 변화를 만들지는 독자가 각자 채워 넣어야 한다.
기업 안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특히 불편하게 읽힐 책이다. 지표를 올리는 설계와 사용자의 시간을 지키는 설계가 자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책과 규제를 다루는 쪽에서는 논의의 출발점을 얻을 수 있다. 개인 독자라면 자신을 탓하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펼치면 좋다.
집중은 성격이나 근성의 문제로 좁혀지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 하루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알림 설정 하나, 앱 하나를 지우는 행동의 의미가 달라진다. 흩어진 주의를 되찾는 일이 왜 혼자만의 싸움이 될 수 없는지 알려 주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