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모래가 만든 세계, 도시가 삼킨 강바닥

페이지·입력 2025. 11. 19. 오후 12:35:00
콘크리트와 반도체를 떠받친 흔한 자원의 유한함
『모래가 만든 세계』는 강바닥에서 시작되는 도시의 재료를 따라간다
『모래가 만든 세계』는 강바닥에서 시작되는 도시의 재료를 따라간다 / 사진 U.S. Army Corps of Engineers from USA · CC BY 2.0

도시를 이루는 재료 중 가장 흔한 것은 무엇일까. 아파트 한 동, 도로 한 구간, 손안의 반도체 칩 한 조각이 모두 같은 알갱이에서 출발한다. 빈스 베이저의 『모래가 만든 세계』(까치, 2019)는 그 당연함을 흔드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책은 모래라는 단일 재료를 축으로 현대 문명의 물질적 기반을 훑는 논픽션이다. 건축과 유리와 전자부품이 어떻게 같은 원료 위에 서 있는지를 잇달아 보여 준다. 학술서의 문법보다 르포의 호흡에 가까워 배경지식 없이도 읽힌다.

핵심은 모래가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막의 모래는 바람에 깎여 표면이 둥글어 콘크리트 골재로 쓰기 어렵고, 건설에 맞는 각진 모래는 강과 해안, 호수 바닥에 몰려 있다. 채취가 한곳에 쏠리면 하천 지형과 지하수, 해안선이 함께 흔들린다.

겨울은 국내 건설 현장이 공정을 몰아치는 시기다. 골재 수요가 오르는 계절에 원료의 출처를 되짚는 일은 시의성이 있다. 콘크리트는 시멘트 탓에 탄소 문제로 자주 호명되지만,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재는 논의에서 빠진다.

모래가 만든 세계 · 빈스 베이저 · 까치
모래가 만든 세계 · 빈스 베이저 · 까치 / 표지 · 까치

책의 힘은 시야의 폭에 있다. 자원 하나를 붙들고 건설과 전자, 도시화를 함께 엮으면서 문제를 특정 업계나 특정 국가의 잘못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수요를 만든 것은 더 넓고 더 높은 도시를 원한 사회 전체이기 때문이다. 소비를 악으로 규정하는 대신 물질의 흐름을 따라가는 서술이 과장 없이 설득력을 갖는다.

얇아지는 위치도 있다. 2019년에 나온 책이라 이후의 재생골재 기술과 순환자원 제도, 각국의 채취 규제 변화는 담기지 않았다. 대안을 설계하는 안내서라기보다 문제의 규모를 감각하게 하는 책에 가깝다. 국내 골재 수급 구조는 독자가 따로 채워 넣어야 한다.

단일 자원을 다룬 논픽션이 대개 희소 광물이나 에너지를 택해 왔다면, 이 책은 값싸고 흔한 것을 골랐다. 비싸지 않기에 감시받지 않았고, 감시받지 않았기에 규모가 커진 자원의 이야기다. 자원순환을 말할 때 재활용률이 낮은 품목부터 봐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는다.

건설과 자재 업계 종사자, 도시계획과 환경정책을 다루는 사람, 재활용이라는 말이 분리수거함 앞에서 멈춰 있던 독자에게 권한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가까운 공사나 리모델링 계획에서 순환골재라는 단어를 한 번 물어보는 일이다. 발주자와 시공자에게 그 질문이 쌓이면 자재 선택지가 바뀐다. 발밑의 흔한 알갱이가 실은 유한하다는 사실, 이 책이 오래 남기는 문장이다.

페이지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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