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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위한 경제학』, 성장과 감축의 충돌을 정면으로

페이지·입력 2025. 10. 21. 오후 1:40:00
성장 지표와 탄소 예산이 부딪히는 지점을 경제학의 언어로 다룬 2023년의 문제 제기
『기후를 위한 경제학』은 성장 곡선과 감축 곡선의 교차점을 다룬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은 성장 곡선과 감축 곡선의 교차점을 다룬다 / 사진 Bestito · CC BY-SA 3.0

배출량을 줄이면서 생산과 고용을 함께 늘릴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랫동안 "그렇다"로 처리돼 왔다. 기술 개선과 에너지 전환이 두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전제였다. 김병권의 『기후를 위한 경제학』(착한책가게, 2023)은 그 전제 자체를 검토 대상으로 올린다.

책은 기후 문제를 환경 영역의 사안으로 두지 않고 경제학의 틀 안에서 다룬다. 성장률·생산성·투자 같은 지표가 탄소 예산이라는 물리적 제약과 만났을 때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를 묻는 방식이다. 서술의 결은 논쟁적이면서 개념 정리에 무게를 둔다.

실무자가 다루는 것은 결국 두 개의 숫자다. 하나는 성장을 보여 주는 재무 지표, 다른 하나는 줄어들어야 하는 배출 지표다. 두 숫자가 같은 보고서 안에서 반대 방향을 가리킬 때 무엇을 근거로 설명할 것인가는 서식이 알려 주지 않는다.

책의 힘은 그 설명의 언어를 경제학 쪽에서 조달한다는 데 있다. 배출 감축을 비용 항목으로만 계상하는 접근과, 성장 경로 자체의 재설계로 보는 접근은 같은 데이터에서 다른 결론을 낸다. 이 차이를 개념 수준에서 정리해 두면 문서의 서술 논리가 달라진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 · 김병권 · 착한책가게
기후를 위한 경제학 · 김병권 · 착한책가게 / 표지 · 착한책가게

한계도 짚어야 한다. 2023년 저작인 만큼 이후의 제도 세부나 최신 배출량 통계를 여기서 구할 수는 없다. 산업별 전환 비용을 통계로 확인하려는 독자에게는 얇게 읽힐 대목이 있다. 계산기라기보다 계산의 전제를 다시 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기후 관련 도서가 대개 과학적 사실이나 개인 실천, 국제 협상에 지면을 배분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성장이라는 목표 자체를 경제학 안에서 재검토한다는 점에서 기업 재무·전략 부서의 문제의식과 접점이 넓다.

권할 독자는 좁고 분명하다.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검증하는 실무자, 감축 목표를 사업 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기획 담당자, 기후 관련 금융 상품을 설계하는 쪽이다. 전환 시나리오를 심사하는 위치라면 판단 기준을 점검하는 용도로도 쓸 만하다.

읽는 마음가짐 하나를 덧붙인다. 답을 얻으려 펼치면 실망하고,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의 전제를 확인하려 펼치면 얻는 것이 있다. 성장과 감축이 충돌한다고 인정한 뒤에야 조정의 방법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두 집계를 나란히 놓고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 출발점부터 다시 밟아 볼 만하다.

페이지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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