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단순한 진심』, 뿌리를 찾아 돌아온 사람의 기록

페이지·입력 2025. 10. 05. 오전 10:16:00
해외입양인의 귀환이 던지는 돌봄과 국가 책임의 물음
『단순한 진심』이 데려가는, 시작점을 잃어버린 길목
『단순한 진심』이 데려가는, 시작점을 잃어버린 길목 / 사진 Robert Couse-Baker · CC BY 2.0

한 사람이 태어난 뒤 어디로 보내질지를 정하는 힘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그 결정에 가족의 사정과 사회의 사정이 함께 얽혀 있었다면, 그 몫은 나중에 누가 갚아야 하는 걸까. 조해진의 장편 『단순한 진심』은 이 물음을 소설의 형식으로 밀고 나간다.

2019년 민음사에서 나온 이 작품은 해외로 입양된 사람이 자신의 시작점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따라간다. 돌아온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명쾌한 진실이 대신 기록의 빈칸, 서로 어긋나는 기억, 남아 있는 사람들의 침묵이다. 조해진은 그 빈칸을 소리 높여 채우기보다 오래 들여다보는 쪽을 택한다.

소설의 결은 차분하다. 사연을 극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감정을 앞세워 독자를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뿌리 찾기라는 소재가 흔히 빠지는 눈물의 문법에서 비켜서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이다.

복지의 언어로 옮기면 이 소설은 돌봄의 외주화를 다룬 이야기다.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 아이를 어디로 보낼지 결정한 것은 개별 가족이었지만, 그 결정을 가능하게 만든 통로는 사회가 만들었다. 국가가 돌봄의 짐을 국경 밖으로 넘긴 뒤, 개인은 평생에 걸쳐 자기 출발점을 스스로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소설은 그 비대칭을 조용히 드러낸다.

단순한 진심 · 조해진 · 민음사
단순한 진심 · 조해진 · 민음사 / 표지 · 민음사

돌아온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보다 접근 가능한 기록이다. 어디에 무엇이 남아 있고 누가 그것을 열람할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뿌리 찾기는 개인의 체력과 비용과 운에 맡겨진다. 이 작품이 복지·행정 독자에게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은 제도의 공백을 통계보다 먼저 감지한다.

한계도 분명하다. 이 소설은 제도의 이름과 절차를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경로로 무엇이 어긋났는지 알고 싶은 독자는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한다. 소설이 감당하는 것은 제도가 지나간 뒤 한 사람에게 남은 감각이며, 그 감각을 정책 언어로 옮기는 일은 읽는 쪽의 몫이다.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흔히 재회의 순간을 목표로 달려가지만, 조해진은 재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시간을 본다. 만남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인식, 이해와 화해를 서둘러 등치시키지 않는 태도가 이 작품을 구별짓는다. 읽고 난 뒤의 여운이 긴 이유다.

입양·아동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돌봄 정책을 다루는 사람, 가족이라는 말이 헐겁게 느껴지는 독자에게 권한다. 답을 얻으려는 마음보다 질문을 오래 쥐고 있으려는 마음으로 펼치면 좋다. 이런 이야기는 개인의 사연으로 소비되고 끝날 수도, 누가 무엇을 기록하고 열어 줘야 하는가라는 공적 질문으로 옮겨 붙을 수도 있다. 한 줄 평 - 돌아온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떠나보낸 쪽의 책임이 보인다.

페이지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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