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는 일자리를 지우지 않는다, 순서를 정한다

미디어·입력 2026. 01. 19. 오후 2:52:00
대체 여부보다 중요한 건 충격이 누구에게 먼저 도착하느냐다
자동화의 첫 충격은 가장 아래층 자리부터 비운다
자동화의 첫 충격은 가장 아래층 자리부터 비운다 / ⓒ 브레스저널

헤드셋을 벗고 나오는 길에 옆자리가 비어 있다. 누가 해고됐다는 공지는 없었고, 그 자리에 새 사람이 오지도 않았다. 한 은행 콜센터에서 상담 인력 400명가량이 줄어드는 동안 벌어진 일은 대체로 이런 모양이었다. 공포는 '기계가 나를 밀어낸다'는 문장에 쏠려 있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일은 누구의 자리부터 다시 채우지 않느냐의 문제다.

직장인 절반가량은 자기 일이 언젠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78%는 AI가 일자리 양극화를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숫자는 붙어 있지만 성격이 다르다. 앞의 것은 나에게 닥칠 일에 대한 예상이고, 뒤의 것은 누구에게 먼저 닥칠지에 대한 직감이다.

이 글의 주장은 그 두 번째 숫자 쪽에 있다. 자동화의 총량이 아니라 자동화의 순서가 문제라는 것이다. 생성형 AI, 그러니까 사람이 쓰던 문장과 답변을 기계가 대신 만들어내는 기술은 업무를 골고루 갉아먹지 않는다. 절차가 정해져 있고, 성과가 건수로 측정되고, 계약이 짧은 일부터 먼저 건드린다.

그 조건에 정확히 걸리는 사람들이 20대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다. 이들이 맡은 일은 대개 매뉴얼이 잘 정비돼 있고, 그래서 기계가 배우기도 쉽다. 반대로 경력이 쌓인 자리의 일은 문서로 남지 않은 판단이 많아 학습 대상이 되기 어렵다. 같은 기술이 어떤 층에는 도구로, 어떤 층에는 통보로 도착하는 이유다.

자동화의 비용은 아래 칸부터 청구된다
자동화의 비용은 아래 칸부터 청구된다 / ⓒ 브레스저널

가장 강한 반론은 익숙하다. 기술은 늘 없앤 것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총량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다만 사라진 자리의 주인과 새로 생긴 자리의 주인이 같은 사람인지는 총량이 답해주지 않는다.

새 자리는 대체로 더 높은 문턱을 달고 나타난다. 자리를 잃은 쪽에는 재교육에 쓸 시간과 비용, 그 기간을 버틸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짧은 계약으로 일하던 사람일수록 그 셋이 모두 얇다. 통계가 균형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몇 년이 개인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몇 년일 수 있다.

기술 쪽에서도 아직 안 되는 일은 분명하다.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일, 매뉴얼에 없는 예외를 판단하는 일, 잘못된 결정의 책임을 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다만 어떤 직무에서 인원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보여주는 정밀한 공식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 공백이 논의를 자꾸 '언젠가'로 미루는 데 쓰인다.

그래서 눈여겨볼 곳은 실업률 발표가 아니라 채용 공고다. 신입과 계약직 항목이 조용히 줄어드는 속도가 이 기술의 진짜 속도다. 상담 한 통이 30초 빨라진 만큼 누구의 하루가 짧아졌고 누구의 하루가 사라졌는지, 기업이 그 계산서를 함께 내놓기 시작할 때 이 변화는 비로소 관리 가능한 일이 된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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