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펀드 하나에 약 15조원이 모였다. 2026년 11월 2일 나온 TPG의 모집 규모로, 역대 최대라는 수식이 붙었고 배경으로는 AI 전력수요 급증이 거론된다. TPG 내부 기록인지 시장 전체 기록인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10월 말에는 COP31과 관련한 AI 환경책임 서약이 공개됐는데, 데이터센터의 전력·환경 영향 공시는 자율 사항으로 적혔다.
COP31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31번째 회의다. 공시는 기업이 경영 정보를 바깥에 내놓는 절차를 가리킨다. AI 전력이 15조원 모집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순간 이 문제는 기술 업계의 설비 사정을 벗어나 기후 투자의 의제가 되는데, 정작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밝힐지는 사업자가 고르게 됐다.
전력망이 막힌다는 말은 구글에서도 나왔다. 구글의 기후 정책 책임자 마스든 한나는 2026년 초 자사 데이터센터의 병목 원인으로 미국 전력망을 지목했다. 병목은 전체 흐름이 가장 좁은 한 지점에 막혀 더뎌지는 현상을 말한다.
연간 정전 시간은 미국 2시간, 한국 9분으로 제시됐다. 단순 비교로는 13배가 넘는다. 지표 정의와 기준 연도가 같은지는 따져 볼 일이다. 정전이 적다는 사실은 공급이 잘 끊기지 않는다는 얘기일 뿐, 새 데이터센터에 내줄 전력이 넉넉하다는 증거로 읽기는 어렵다.
마산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자 (주)삼공퍼센트가 2026년 2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대규모 전력 시설이 전력망에 주는 영향을 정부가 따져 보는 심사다. 이 회사는 한 빅테크 기업에게서 총 전력 80MW 전량을 쓰겠다는 의향서도 받았다.
기업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다. 의향서는 쓸 뜻을 밝힌 문서여서 곧바로 전기 사용을 보장하는 약속은 아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정부가 심사하는 관문이고, COP31 서약의 공시는 사업자가 고르는 선택지다.
강제력의 차이는 기후 자금의 효과 검증으로 이어진다. 기후라는 이름을 단 돈이 AI 전력 쪽으로 흘러간다면, 그 돈이 실제로 배출을 줄였는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공시가 자율이면 검증은 공개한 사업자까지만 닿는다.
내놓은 곳과 내놓지 않은 곳을 같은 기준으로 견주기도 힘들다. 15조원의 효과를 바깥에서 매기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AI에게 회의록 요약을 맡기는 오전 한때에도 어느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버가 전기를 쓴다. 정전이 1년에 9분으로 제시된 나라에서 그 전기는 끊길 일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COP31 서약의 문구대로라면, 데이터센터가 쓴 전기의 규모를 이용자가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사업자의 선택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