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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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성당 장의자에서 3분 착석

배진경·Published 2026-11-03 07:00 KST
창 셋 아래 비어 있는 의자들, 바라는 것 없이 앉아 보는 삼 분
바라는 것 없이 앉아도 의자는 받아 준다
바라는 것 없이 앉아도 의자는 받아 준다 / 사진 _ MARROS _ · Pexels

창은 셋뿐인데 빛은 왼쪽 기둥까지 건너간다. 붉은 돌기둥의 세로 홈을 따라 분홍과 금빛 얼룩이 흘러내린 모양으로 보아, 한낮을 조금 넘긴 시각쯤으로 읽힌다. 짙은 밤색 장의자들은 좌우 두 줄로 늘어서 제단 쪽으로 갈수록 작아지고, 조각을 깊게 판 끝판의 둥근 머리마다 그늘이 고였다.

흰 등 두 개가 높은 곳에서 가는 줄 끝에 매달렸다.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가운데 통로 바닥에만 옅은 빛줄이 몇 가닥 눕는다.

사진의 눈높이는 유난히 낮다. 앉은 사람의 허리께에서 올려다본 각도라, 따라가는 동안 턱이 조금씩 들리고 눈은 천장의 뾰족한 선들을 타고 오르며, 구두 속 발바닥은 오래된 돌바닥의 찬 기운을 떠올린다. 그러다 세 창 가운데 칸, 손톱만 한 색유리들이 층층이 박힌 그 어디쯤에서 초점이 풀린다. 귀 가까이 올라가 있던 어깨를 그제야 알아채고, 숨이 한 번 길게 빠져나간다.

쉬는 동안에도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다. 십 분을 앉았으니 조금은 가벼워져야 하고, 눈을 감았으니 어제 일 하나쯤은 정리되어야 한다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채로 속으로 따져 본다. 제단 뒤쪽에 걸린 붉은 천과 금빛 천을 마주 보고도 저 빈 의자들은 아무것도 청하지 않는데, 사람만 앉자마자 영수증을 챙긴다.

지금 앉은 의자면 충분하다. 손바닥을 허벅지 위에 펴 두고, 기도할 말도 고르지 않고 호흡도 세지 않은 채,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까지 같이 내려놓고 등받이에 등을 대 볼 만한 삼 분이다.

퇴근길 버스 뒷좌석으로 옮겨도 같은 일이 된다.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두 정거장쯤, 창밖 풍경도 고르지 않은 채 실려 간다. 그동안 지켜볼 것은 어금니 사이의 틈 하나다.

붙어 있으면 붙어 있는 대로, 벌어져 있으면 벌어진 대로 그냥 본다. 내릴 정류장 안내가 나오면 그대로 일어나 내린다.

기둥의 분홍 얼룩이 한 뼘 옮겨 가는 동안, 맨 끝줄 장의자는 비어 있는 그대로 밤색으로 어두워진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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