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정신병원에서 멈춘 삶, 살 곳은 어디에 있나

인터뷰·입력 2026. 05. 26. 오전 8:07:00
인권위 직권조사와 현장 증언이 겹쳐 도착한 물음
병동에 남은 빈 침대, 돌아갈 집이 없어 머문 시간의 흔적
병동에 남은 빈 침대, 돌아갈 집이 없어 머문 시간의 흔적 / ⓒ 브레스저널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252시간 동안 격리·강박된 뒤 숨졌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5년 사이 환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4명이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울산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과를 내놓고 병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울산경찰청도 이 병원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망 사건이 잇따라 드러난 뒤 시선은 대개 병원의 잘못으로 향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이 왜 그 병동에 그렇게 오래 머물러야 했는지를 묻지 않으면, 병원 하나를 처벌해도 다음 사람이 같은 복도에 눕는다. 장애인거주시설도 일반 정신병원도 받아주지 않은 사람들이 결국 도착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들의 공통 배경이다.

정신의료계에는 그런 병원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다. 심한 행동장애를 동반한 중증 발달장애인을 마지막으로 받아주는 곳이라는 뜻에서 '끝병원'이라 불리고, 전북 김제의 신세계병원 계열과 울산 반구대병원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김제 금산면의 신세계병원과 신세계효병원은 각각 개인병원과 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소속으로, 협력하는 '형제병원'이면서 중증 발달장애인 전용병동을 운영한다.

이곳 집중병동에서는 진단명이 말의 형태로 갈린다. 병원 쪽 설명에 따르면 한두 마디로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중증' 판정이, 같은 음절만 되풀이하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위 단계인 '심각한 행동장애를 동반한 최중증 지적장애'가 붙는다. 이들이 입은 옷도 일반 환의가 아니다. 벗거나 찢는 행동, 자해 위험을 줄이려는 간편복이라는 것이 병원 쪽 설명이다.

박민철 신세계병원 원장은 1980년대 중반 요양원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던 중증 발달장애인을 병원으로 데려와 돌본 일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40년이 지나는 동안 묶는 도구는 바뀌었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방법을 사회가 마련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권위 차별시정국 장애차별조사2과 권미진(45) 조사관은 8년 동안 100곳 가까운 정신병원을 찾아다녔다. 현장조사와 직권조사, 실태조사, 방문조사를 모두 합쳐 그만큼 다녔고, 입원 병상을 갖춘 전국 정신의료기관 388곳(2024년 12월 31일 기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2024년 춘천예현병원 사건이 알려진 뒤에만 20개 병원 방문조사가 이뤄졌다. 병원 안으로 합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보건소 직원, 인권위 조사관, 경찰뿐이다.

제도 쪽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 용역 연구팀은 김성완 전남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책임자로 2025년 5월부터 12월까지 국내 17곳과 대만·일본 각 5곳 등 27개 정신병원을 방문 조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 '2026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가 지난 4월 17일 열렸다. 사회는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한 권고안의 상정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신건강 정책 전반이 다시 논의되는 국면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점을 짚었다. 정신건강 문제는 2016~2020년 전국 자살사망 분석에서 5년 연속 자살사망 주원인 1위로 집계됐다.

당사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조현병으로 열두 차례 입원한 경험을 가진 당사자로 활동한다. 이종국(65) 전 국립공주병원장은 용인정신병원에서 19년, 국립공주병원에서 의료부장과 병원장으로 10년을 일한 뒤 2025년 7월 퇴임했고, 지금은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으로 진료한다. 공공과 민간 양쪽 병동을 모두 겪은 그는 정신의료에 대한 중점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병원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어느 한 곳의 원장이 아니다. 낮 동안 갈 곳, 밤에 돌아갈 방, 곁에 있어줄 사람을 마련하지 못한 사회가 사람들을 병동으로 밀어넣었다. 그 사이 인권위 조사관은 100곳째 병원의 철문을 열었고, 그 문 안쪽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간편복 차림으로 앉아 있다. 바뀐 것 하나를 꼽자면, 그 안의 시간이 이제 바깥에서 세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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