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돌봄이 지난 3월 27일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본격 시행됐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답한 사람은 넷 중 한 명이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2000명에게 물은 결과, 통합돌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2%에 달했지만 시행 사실 인지는 25%에 머물렀다. 조사 결과 전문은 12일 공개된다.
필요하다는 대답과 알고 있다는 대답 사이의 67%포인트 간격은 그 자체로 제도의 첫해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를 보여준다. 제도는 문을 열었는데 문이 열렸다는 사실이 당사자에게 닿지 않은 상태다.
돌봄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1%로 절반을 넘었다. 그 돌봄을 실제로 감당하는 1차 주체는 가까운 가족이 65%였고, 공공 돌봄서비스가 23%, 시설이 13%였다. 돌봄을 하며 겪는 어려움으로는 경제적 부담이 70%, 시간적 부담이 61%로 꼽혔다.
사람들이 원하는 노후의 그림도 뚜렷했다. 시설이 아닌 집이나 살던 동네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는 응답이 82%였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재가·지역사회 중심의 원칙과 시민들의 바람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제도를 복지의 언어로만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복지재단이 4월 30일 펴낸 보고서 '지속가능한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보건의료의 과제'는 돌봄 대상자의 실제 상태를 짚었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기준으로 장기요양 수급자는 평균 3.5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평균 8.3개의 약을 복용한다. 대표 질환은 고혈압, 치매, 당뇨였다.
하루 여덟 알의 약을 챙기는 일은 생활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고서가 장기요양 재가급여자, 의료기관 퇴원환자, 요양시설 퇴소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를 우선관리 대상으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이 돌봄이 끊기기 가장 쉬운 시점이라는 뜻이다.
해외 사례도 같은 결론에 가깝다. 영국은 2022년 'Health & Care Act'를 통해 의료와 돌봄을 법적으로 묶고 전국을 42개 통합돌봄체계(ICS)로 재편했다.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토대로 노인을 넘어 장애인·아동·빈곤층까지 포괄하는 지원체계로 넓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에서는 요구가 공약의 형태로 나오고 있다. 인천공공의료포럼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는 11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건강도시 인천' 5대 정책과 15대 과제를 인천시장 후보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건강과나눔 등 9곳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제안 내용은 병상과 생활을 함께 다룬다. 인천적십자병원과 경인권역재활병원의 500병상 규모 통합운영, 동북권역 500병상 규모 제2인천의료원 설립,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원 공익적 손실 보전 조례 제정이 담겼다. 돌봄 분야에서는 읍면동 전문인력이 생활과 건강 욕구를 함께 확인하는 인천형 통합돌봄 표준모델, 통합돌봄 원터치 행정시스템, 구별 1개소의 '중간집'과 단기돌봄센터, 만 60~65세 취약계층으로의 확대, 주민 주도형 시간은행 도입을 제시했다.
행정과 재정을 바꾸자는 요구도 붙었다. 돌봄건강본부 신설과 건강권 기본조례 제정, 보건의료 자체 예산을 시장 임기 안에 일반회계의 1%까지 확보하고 국비를 포함해 1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자는 내용이다. 인천시 주도 공공의대 설립 추진 조례, 공공간호사 장학제도 확대, 공공병원 주 4일제 시범사업도 포함됐다.
이런 요구가 선거철에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사에서 후보 조건이 비슷할 경우 통합돌봄 정책 포함 여부가 투표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0%였다. 지자체장이 돌봄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88%였고, 50대에서 94%, 60대와 70대 이상에서 각각 93%로 더 높았다. 돌봄을 직접 겪고 있거나 곧 겪게 될 세대가 가장 크게 답한 뜻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6월 3일 치러진다. 통합돌봄은 중앙정부가 설계했지만 실제 운영은 시군구가 맡는다.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군수·구청장 후보가 통합돌봄을 어떻게 쓰겠다고 했는지, 공보물에서 그 항목이 몇 줄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3주가 남았다. 92%와 25%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그 3주에도 조금씩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