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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탄소중립 5년, 계획서는 늘고 감축 실적은 제자리

플래닛·입력 2026. 05. 03. 오후 1:05:00
지방정부 탄소중립, 다음 5년을 가를 것은 이행 점검 장치다
계획은 쌓였지만 실행은 그만큼 쌓이지 않았다
계획은 쌓였지만 실행은 그만큼 쌓이지 않았다 / ⓒ 브레스저널

어느 지자체 청사에 가도 비슷한 풍경이 있다. 로비 한켠에 놓인 계획서 표지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큼직하게 박혀 있고, 그 옆에는 감축 목표 연도가 적혀 있다. 그런데 그 책자를 펼쳐본 시민이 몇이나 될까.

더 곤란한 물음은 이것이다. 그 안에 적힌 약속 중 몇 개가 실제로 굴러갔는지, 담당 공무원 본인은 답할 수 있을까.

지난 5년, 기초·광역을 가리지 않고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는 곳은 눈에 띄게 늘었다. 선언식이 열렸고 조례가 만들어졌고 전담 부서가 생겼다. 그에 비해 감축 실적이 계획선을 따라갔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계획을 만드는 능력과 계획을 굴리는 능력은 별개였다.

이 글의 주장은 단순하다. 다음 5년에 필요한 것은 약속을 이행으로 바꾸는 점검 장치다. 새로운 선언을 또 내놓을 때가 아니다. 목표를 더 높이 부르는 일보다 한번 내건 목표가 어디까지 왔는지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급하다.

중앙정부가 기후행동 준비위원회를 띄우고 지자체마다 기후경제 구상이 쏟아지는 시기여서 더 그렇다. 새 그림이 겹겹이 얹히는 동안, 지난 그림이 어디서 멈췄는지 되짚는 작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출발선을 다시 긋는 일이 반복되면 주자는 계속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결승선에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여기에 맞설 만한 반론이 있다. 지방정부에 감축 권한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발전 믹스도, 산업 배출 규제도, 연비 기준도 지역이 정하지 않는다.

계획의 양과 이행의 정도는 같이 늘지 않았다
계획의 양과 이행의 정도는 같이 늘지 않았다 / ⓒ 브레스저널

예산과 인력은 빠듯하고 담당자는 2~3년이면 바뀐다. 실행이 더딘 것을 의지 부족으로만 몰아붙이는 건 사실 부당하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점검이 더 필요하다. 권한이 좁을수록 그 좁은 권한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선명해져야 예산도 인력도 요구할 근거가 생긴다.

건물 단열 개선 몇 동, 공공차량 전환 몇 대, 폐기물 처리 경로 변경 여부처럼 지역이 실제로 쥔 항목만 추려 매년 같은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남는 기록이 있어야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점검 장치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항목이 적어도 좋고, 성적이 나빠도 좋다. 나쁘게 나온 항목이 왜 나빴는지 한 줄 붙어 있으면 그것이 다음 해의 설계도가 된다. 감추면 개선의 계기도 함께 사라진다.

이번 주말, 사는 지역 이름과 '탄소중립 이행'을 함께 검색해 보길 권한다. 연도별 실적표가 나오면 그 지자체는 최소한 자기 약속을 세고 있다는 뜻이고, 선언문과 위원회 명단만 나온다면 그것 역시 알아둘 만한 정보다. 그 차이를 아는 시민이 늘어나는 만큼 계획서의 두께가 아닌 이행률로 경쟁하는 지역이 늘어난다. 확인하는 사람이 있는 약속과 없는 약속은 5년 뒤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한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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