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5극 3특' 지원을 위한 메가특구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대상 분야는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AI 자율주행차 네 가지다. 광역 단위로 규제와 재정, 금융, 세제 특례를 한데 얹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5극 3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다섯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세 특별자치도를 가리킨다. 하나의 시·군을 넘어 생활권과 산업권 단위로 정책을 묶겠다는 뜻이다. 로봇은 산업통상부, 재생에너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바이오는 보건복지부, AI 자율주행차는 국토교통부가 각각 맡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처별 소관이 나뉘어 있다는 점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이 대통령은 첨단기술·산업 분야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지 항목만 열거하고 나머지는 전면 허용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처럼 몇 달 단위로 형태가 바뀌는 기술에서는, 허용 목록을 미리 적어두는 기존 방식이 개발 자체를 늦추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문제로 지목하며 지역 단위의 큰 규제완화 지역을 만들자고 했고, 금융에서 지방을 우대하는 방안, 예컨대 대출이자 인하도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지원 내용은 부처별로 조금씩 다르게 제시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창업·제도 등 일곱 분야 패키지를 밝혔다. 여기에는 성장엔진 특별 보조금 신설과 거점국립대 중심의 지역 전략산업 단과대·융합연구원 아홉 곳 육성, 해마다 1500명 이상의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이 포함된다.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은 특구 안에서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60일 이내로 줄이고, 특구로 옮기는 기업과 직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행정 절차 쪽도 손본다. 인허가·승인·면허·특허를 신청할 때 행정기관에 내야 하는 서류를 줄이겠다는 계획인데, 감축 폭은 확정된 형태로 나오지 않았다. 전국 2400여 개 지역에 흩어진 80여 개 소규모 특구를 대규모 특구로 개편한다는 방침도 함께 보고됐다. 작은 특구를 여럿 두는 대신 큰 덩어리로 합쳐 힘을 싣겠다는 접근이다.
기술 쪽에서 보면 이런 설계의 효용은 분명하다. 자율주행차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달려봐야 데이터가 쌓이고, 로봇도 물류망 전체를 오가야 실제 성능이 드러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설비와 송전망, 인허가가 같은 관할 안에서 움직여야 사업 기간이 짧아진다. 광역 단위로 묶는 발상은 이 세 분야의 실제 작동 방식과 맞닿아 있다.
넘어야 할 부분도 같은 크기다. 특례를 언제까지 유지하고 어떤 조건에서 연장하는지, 실증을 마친 기술이 전국 상용화로 넘어가는 문턱이 무엇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 조항이 비어 있으면 특구는 기업이 시험만 반복하다 떠나는 공간이 되기 쉽다.
회의에서는 조성 과정을 총괄하는 '차르 제도' 도입 제안도 나왔고, 대통령은 활용 의사를 밝히면서 악용을 막을 규제와 민주적 통제를 함께 강조했다. 네 분야가 네 부처로 흩어진 상태에서 누가 어디까지 지휘하는지는 설계의 핵심이 될 사안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회 협의를 거쳐 '메가특구특별법'을 만들고 지정 절차에 들어간다는 일정을 잡았다. 윤 실장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MAGA'에 빗대 'Mega'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6·3 지방선거를 49일 남기고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스쿨존 주행 규제와 초기 임신중지 약물 도입 금지 등에 대한 개선 건의도 올라왔고, 박용진 부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부터 7년이 흘렀다고 언급했다.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면 지방 도시에 사는 사람의 하루가 바뀐다. 새벽에 배송 로봇이 골목을 지나고, 병원 셔틀이 운전자 없이 정해진 구간을 돌고, 지붕 위 태양광 설비가 몇 달이 걸리던 허가를 몇 주 만에 받는 풍경이다. 그 변화가 실증 구간에서 끝날지 생활 반경 전체로 번질지는 특별법에 담길 조항 몇 줄에 달려 있다. 법안의 윤곽은 국회 논의가 시작되는 하반기에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