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결제까지 하는 AI, 책임은 누가 지나

미디어·입력 2026. 04. 12. 오후 12:34:00
부처 업무와 카드 거래에 에이전트 투입, 법제는 논의 단계
실행은 시작됐지만 책임을 맡을 자리는 비어 있다
실행은 시작됐지만 책임을 맡을 자리는 비어 있다 / ⓒ 브레스저널

사람이 시키면 답만 주던 AI가 이번 주 두 곳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처 업무 환경 전반을 에이전틱 AI로 꾸리는 'AI-NEXT' 사업에 들어갔고, 신한카드는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국내 카드사 처음으로 'AI 에이전트 페이' 실거래를 성사시켰다. 에이전틱 AI란 사용자가 목표만 정해주면 그 목표를 이루는 계획을 스스로 짜고 실행에 옮기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실행 권한이 넘어간 만큼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를 정한 규칙이 함께 필요해졌는데, 그 부분은 입법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안에 에이전트를 붙이겠다고 잡은 업무는 다섯 갈래다. 무선국 허가 심사 지원, 전자파 인증 심사 지원, 예산서 분석, 국회 요구자료 분류와 답변 작성, 기사 스크랩 요약·분석이다. 심사와 국회 대응처럼 결과가 외부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업무가 목록에 들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산은 올해분으로 31억7000만원이 배정됐다. 부처는 시범 운영 결과를 본 뒤 2027년 이후 고도화 예산을 짜겠다는 계획이고, 2027년에는 AI 기반 문서 중앙화 인프라를 끌어올려 2028년까지 시스템을 갖추는 일정을 잡아뒀다. 3년짜리 로드맵인 셈으로, 올해 다섯 업무는 그 첫 시험대에 해당한다.

움직이는 부처는 한 곳이 아니다. 재정경제부도 'AI-ONE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내부 문서를 한곳에 모으고 업무별 에이전트를 붙이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 사업 모두 '범정부 AI 공통기반'과 연계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 공통기반은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가 함께 추진하며, 민간 AI 모델과 학습데이터·GPU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쓰도록 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를 쓰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공공 도입의 걸림돌은 보안이다. 정부 내부망은 외부 인터넷과 끊어져 있어 상용 AI 서비스를 그대로 붙이기 어렵고, 문서를 다루는 에이전트는 그 자체로 내부 정보가 새 나갈 통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망 분리 환경에서 AI를 돌리는 방안과 정보 유출 방지(DLP)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중이다.

행정과 상거래,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 같은 기술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행정과 상거래,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 같은 기술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 ⓒ 브레스저널

민간에서는 결제가 앞서 열렸다. AI 에이전트 페이는 에이전트가 상품을 찾고 견주고 결제까지 끝내는 방식으로, 이용자는 한 번만 승인하면 나머지 과정에 손을 대지 않는다. 국내 카드사가 실거래를 만들어낸 것은 신한카드가 처음이다. KB국민카드는 소상공인 마케팅 솔루션에 에이전트를 얹어 기업 대상 데이터 사업을 넓히고 있다.

표준을 만드는 움직임도 붙었다. 리눅스재단은 이달 2일 'x402 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x402는 코인베이스가 만든 에이전트 결제 규약으로, AI가 어떤 서비스에 접근하면 서버가 가격을 응답하고 그 값이 미리 정해둔 예산 안이면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 출범에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마스터카드·비자가 이름을 올렸고, 국내 기업으로는 카카오페이가 유일하게 창립 멤버로 들어갔다.

결제 한 건마다 사람이 확인 버튼을 누르던 방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잘못 산 물건이나 잘못 승인된 금액을 되돌릴 지점도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행정 쪽 사정도 비슷하다. 심사 지원 에이전트가 내놓은 결론을 나중에 누가 어떤 절차로 되짚어볼지에 관한 정부 지침은 확정되지 않았다. AI기본법을 고쳐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제도 정비를 재촉하는 요인은 도입 일정 자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다섯 업무에 에이전트를 붙이겠다고 했고, 카드사 실거래는 그사이 성사됐다. 규칙이 다듬어지는 동안에도 실행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기술이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지점은 화려한 쪽이 아니다. 허가 서류를 넣고 몇 주를 기다리던 시간이 줄어들고, 장을 보며 가격을 비교하던 30분이 사라지는 식으로 조용히 온다. 그 시간을 돌려받는 대신 우리가 내주는 것은 확인 절차 하나하나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손에 쥘지, 그 선을 그리는 작업이 올해 안에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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