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 칠갑산 장승축제가 4월 11일 칠갑산 장승공원 일원에서 막을 올렸다. 벚꽃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소나무를 깎아 세운 장승들이 눈을 부릅뜬 채 방문객을 맞는다. 장승 깎기와 장승제 같은 마을 수호신앙의 의례가 축제의 뼈대다.
장승은 재질부터 말을 건다. 껍질을 벗긴 통나무의 속살은 처음엔 젖은 크림색이다가, 비바람을 몇 해 맞으면 잿빛으로 내려앉는다. 깎는 사람의 자귀가 나무를 물 때 나는 둔탁한 소리, 갓 파낸 목질에서 올라오는 송진 냄새가 공원 일대에 낮게 깔린다.
장승제는 그 나무를 신으로 대접하는 절차다. 마을 어귀에 세워 역병과 액을 막던 오래된 믿음이 축제라는 형식 안으로 들어온 것인데, 이 지점에서 늘 긴장이 생긴다. 의례를 보존하려면 마을 사람의 시간과 손이 필요하고, 활용하려면 관람객이 보기 좋은 길이로 잘라야 한다.
칠갑산 장승축제는 그 둘 사이에서 장승을 깎는 과정 자체를 무대에 올리는 쪽을 택했다. 완성품만 전시하면 조각공원이 되지만, 깎는 손을 보여주면 기술이 전승된다. 관람객이 나무 앞에 서서 자귀 소리를 듣는 몇 분이 그 전승의 얇은 통로가 된다.
같은 봄에 다른 결의 축제도 이어진다. 문경찻사발축제와 여수거북선축제가 나란히 5월 1일 개막한다. 흙을 빚어 불에 넣는 사기장의 전통과 임진년 바다의 기억이 각각의 축을 이룬다.
세 축제를 나란히 놓으면 봄철 지역축제의 지형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벚꽃 상춘 인파를 겨냥한 행사가 넘치는 시기에, 이들은 사람의 손기술과 마을의 믿음을 앞세운다. 꽃은 일주일이면 지지만 나무를 깎는 법과 흙을 다루는 법은 다음 해에도 남는다.
칠갑산 자락은 4월 중순이면 벚꽃이 절정에 가깝다. 장승공원 일원을 도는 동선은 오르막이 섞여 있으니 걷기 편한 신발이 낫다. 개막일 당일은 사람이 몰리므로 이른 시간대가 조용하다.
깎다 만 장승 하나가 공원 한쪽에 서 있다면 눈을 오래 두기를 권한다. 얼굴이 되기 전 단계에 멈춘 나무의 절단면에서 이 축제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가 가장 정직하게 보인다. 벚꽃은 다음 주면 진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4월 11일 개막
장소: 청양 칠갑산 장승공원 일원
주요 프로그램: 장승 깎기, 장승제, 벚꽃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