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가 오는 18일 사라봉 일대에서 '2026 지구환경축제'를 연다. 22일 지구의 날에 맞춘 행사로, 낮의 자원순환 체험과 저녁의 소등이 하루를 둘로 나눈다. 개최까지 이틀이 남았다.
자원순환 체험은 한 번 쓰이고 버려질 물건을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을 손에 쥐어보게 하는 쪽에 가깝다. 페트병의 미끈한 표면과 종이의 거친 결이 서로 다른 길로 갈라져 나가는 것을, 설명으로 듣는 대신 직접 분류해 보는 방식이다. 손이 기억하는 감촉은 안내판의 문장보다 오래 남는다.
저녁에는 불을 끈다. 전등이 꺼진 몇 분 동안 오름 아래 도시의 윤곽이 흐려지고, 대신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훑는 소리와 아래쪽 바다의 물소리가 또렷해진다.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전국에서 소등 행사가 열리는데, 제주는 그보다 나흘 앞서 오름 위에서 같은 결의 실천을 해본다.
사라봉은 제주시 도심과 바다 사이에 놓인 낮은 언덕이다. 해 지는 풍경으로 오래 이름났고, 지금은 새벽과 저녁마다 동네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관광지의 이름이기 이전에 생활의 경사면이었다는 사실이, 이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는 이유와 맞닿는다.
섬에서 환경은 정서가 되기 어렵다. 쓰레기도 물도 전기도 육지처럼 바깥으로 흘려보낼 수 없어, 처리의 한계가 곧 생활의 한계로 되돌아온다. 자원순환을 축제의 형식으로 다루는 선택에는 그 사정이 배어 있다.

동시에 행사는 그 자체로 부담이기도 하다. 사람이 몰리면 오름의 흙길은 눌리고, 하루치 전력과 하루치 쓰레기가 남는다. 아끼자고 모여 소비하는 이 어긋남을 덮지 않는 축제라야 다음 해에도 열 명분이 생긴다.
가려면 걷기 편한 신발이 낫다. 오름 경사는 완만한 편이지만 흙과 돌이 섞인 길이고, 소등 시간대에는 발밑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 4월 제주의 저녁 바람은 바다에서 곧장 올라와 낮보다 서늘하다.
불이 꺼진 몇 분은 사진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 어둠이 얼마나 짙은지, 그때 도시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확인하려면 18일 저녁 사라봉 비탈에 서 있는 수밖에 없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4월 18일(토)
장소: 제주시 사라봉 일대
주최: 제주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