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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든 유학생, 의령 의병길을 걷다

루츠·입력 2026. 04. 17. 오후 3:25:00
19일까지 의령군민공원에서 열리는 홍의장군축제
축제가 열리는 의령군민공원 일대
축제가 열리는 의령군민공원 일대 / ⓒ 브레스저널

경남 의령의 홍의장군축제가 오는 19일까지 의령군민공원에서 열린다. 붉은 옷을 입고 싸운 의병의 기억을 해마다 불러내는 행사다. 올해 관람객의 눈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장면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횃불을 들고 의병길을 걷는 시간이다.

횃불은 손에 쥐면 생각보다 묵직하다. 관솔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옷에 배고, 불꽃이 바람에 눕는 소리가 발소리와 섞인다. 그 불을 든 사람들이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 올해 행렬을 다르게 만든다.

붉은색은 이 축제의 물성 그 자체다. 천막에도, 깃발에도, 걸음마다 흔들리는 옷자락에도 같은 색이 반복된다. 색은 장식을 넘어 기억을 표시하는 신호에 가깝다. 멀리서 보면 공원 전체가 하나의 붉은 띠처럼 이어진다.

지역의 역사 기억은 대체로 그 지역 사람의 몸을 통해 전해져 왔다. 아버지가 걸은 길을 아들이 걷고, 마을 어른이 든 깃발을 청년이 이어 받는 식이었다. 인구가 줄고 젊은 세대가 도시로 떠난 군 단위 지역에서 그 방식은 점점 버티기 어려워진다.

유학생의 횃불 행렬이 눈에 띄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억을 물려받을 사람이 줄어든 곳에서, 연고 없는 이방인의 몸이 그 기억을 대신 옮긴다. 이것을 계승으로 볼지 연출로 볼지는 보는 사람마다 갈릴 것이다. 그래도 걷는 동안 발바닥에 남는 흙의 감촉은 국적을 묻지 않는다.

보존과 활용 사이의 긴장도 이 행렬 위에 겹쳐 있다. 역사를 축제로 만들면 사람이 모이지만, 모으기 위해 만든 장면이 원래의 기억을 덮어쓸 위험도 함께 온다. 의병의 이야기를 관광 상품으로만 소비하지 않으려면, 행렬에 참여한 사람이 무엇을 걸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나올 때 축제는 행사에서 공동체의 언어로 바뀐다.

행사는 19일에 마무리된다. 낮에는 공원 전체를 천천히 돌아볼 만하고, 횃불 행렬은 해가 진 뒤에 볼 수 있다. 불빛이 줄지어 흔들리는 광경을 보려면 저녁 시간대에 맞춰 가는 편이 낫다. 밤바람이 서늘한 때라 겉옷 한 벌은 챙기는 게 좋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4월 19일(일)까지
장소: 경남 의령군민공원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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