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의 볕이 잎 사이로 걸러져 내려온다. 굵은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다가 낮게 휘고, 껍질 위에는 이끼와 작은 고사리가 얹혔다. 흙 밖으로 드러난 뿌리가 땅을 움켜쥔 둘레로 얼룩진 그늘이 넓게 깔려 있다.
그늘 밑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한 겹 서늘해진다. 숨이 길어지고, 올라가 있던 어깨가 조금 내려온다. 눈의 초점은 멀리 뻗은 가지 끝을 따라가다 슬며시 풀린다.
그러는 동안 서두르던 마음이 갈 곳을 잃는다. 이 나무는 오래도록 같은 곳에 서 있었고, 오늘 하루쯤 늦어져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감각이 조용히 얹힌다.
둘레를 천천히 한 바퀴 걸어 보는 것도 괜찮다. 손끝으로 껍질의 결을 스치면서, 세 걸음마다 숨을 한 번 쉬면 어떨까. 삼 분이면 넉넉하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처음 섰던 곳이 조금 달라 보인다. 그늘은 그대로인데.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