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가로등 세 개가 켜진 산책길

리커버리·입력 2026. 01. 12. 오전 9:30:00
해가 빠져나간 공원에서 걸음이 느려지는 시간
불이 켜질 때쯤 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불이 켜질 때쯤 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 사진 Baran Robin · Pexels

공원의 나무들이 푸른빛으로 어두워지고 있다. 가로등 세 개가 차례로 주황빛을 켜 두었고, 그 아래 산책로를 한 쌍이 나란히 걸어간다. 왼쪽 벤치에는 누군가 개를 데리고 앉아 있고, 앞쪽 잔디는 아직 낮의 초록을 조금 남겨두고 있다.

이런 사진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깨가 슬쩍 내려간다. 턱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리고, 눈의 초점이 화면 한 점에서 풀려 넓게 퍼진다. 숨이 코끝에서만 짧게 오가다가 배 쪽으로 한 뼘쯤 내려간다.

낮 동안 마음은 계속 다음 할 일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저 두 사람의 뒷모습에는 그 기울기가 없다. 도착할 데가 있어서 걷는 걸음이 아니라, 걷는 동안만큼은 도착이 필요 없는 걸음에 가깝다.

해가 넘어갈 무렵 밖으로 나가 삼 분만 걸어보길 권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평소보다 반 박자 느리게.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을 한 번 보고 돌아와도 충분하다.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는 저녁, 길은 조용히 계속 거기 있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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