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숲이 먼저, 도시는 그 뒤에

플래닛·입력 2026. 03. 13. 오후 6:58:00
나무 우듬지 너머로 겨우 얼굴을 내민 스카이라인
도시를 덮은 초록은 장식이 아니다
도시를 덮은 초록은 장식이 아니다 / 사진 Thomas Parker · Pexels

화면의 아래 절반은 온통 나무다. 여름 한낮의 빛이 우듬지를 하얗게 튕겨내고, 그 아래 그늘은 짙게 가라앉아 초록이 몇 겹으로 층을 이룬다. 지붕 몇 개와 붉은 벽돌집 한 채가 잎 사이로 겨우 비칠 뿐, 도로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저 멀리 얇은 띠로만 서 있다. 돔 하나와 유리 건물 몇 채가 나무 선 위로 머리를 내밀었고, 그 위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무엇을 주인공으로 삼았는지는 분명하다. 건물이 아니라,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초록이다.

도시의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열을 식히고 빗물을 붙잡는다. 뿌리는 흙을 쥐고, 잎은 공기 중의 탄소를 조금씩 몸으로 옮긴다. 이 모든 일이 아무 소리 없이, 매일, 저 층층의 잎사귀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풍경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그 자리에 심었고, 베지 않기로 했고, 자랄 시간을 주었다. 오늘 심는 한 그루가 사진 속 저 두께가 되기까지는 수십 해가 걸린다.

다시 사진을 보면, 도시가 숲을 품은 것이 아닌 숲이 도시를 품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의 창밖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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