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상생협력재단)이 '중소기업 ESG 표준 가이드라인'을 1월 29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ESG 실사와 국내외 지속가능경영 요구에 협력사가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 발간 목적이다. 이번 개정본의 지표는 79개로, 종전 64개보다 15개 많다.
ESG 실사는 기업 경영 활동과 공급망 전반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잠재 리스크를 찾아내고 관리·개선하는 조사 과정을 뜻한다. 원청이 자사 배출량과 인권 관리 실태를 보고하려면 협력사 단위의 정보가 올라와야 하므로, 실사 요구는 거래 관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EU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비롯한 규제 강화가 이 흐름의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지표 확대의 방향은 분야별로 갈린다. 환경은 온실가스·에너지·자원순환 등 기존 핵심 이슈를 그대로 유지했다. 사회와 거버넌스 쪽에서는 인권, 안전보건, 공정거래, 윤리경영 항목이 최신 글로벌 규범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보강됐다. 늘어난 15개 지표가 각 분야에 어떻게 나뉘었는지는 발간본 공개 이후에나 대조가 가능하다.
이 문서의 출발점은 2020년 '중소기업 CSR 표준 가이드라인'이다. 이후 해마다 국내외 ESG 기준과 법·제도 변화를 반영해 개정돼 왔고, 이번 판이 그 연장선에 있다. 협력사 ESG 지원사업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중소기업은 누적 2천167개사로 파악된다.
재단은 한울생약, ㈜선보공업 등을 활용 사례로 들었다. 가이드라인을 거쳐 ESG 경영 체계를 갖춘 뒤 판로 확대와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출이나 수출액이 어느 기준 연도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사무총장은 변태섭이다.
문서 표준화와 별개로, 정보를 실제로 주고받을 통로를 만들려는 시도도 같은 주에 드러났다. 제조 AI 솔루션 기업 아이핌(AIPIM)의 정희태 대표는 공급망 탄소 데이터를 교환하는 국가 디지털망(i-DEA 데이터스페이스)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i-DEA)의 데이터스페이스본부장을 겸한다. i-DEA는 국내 기업이 탄소 규제에 대응하도록 돕겠다며 2025년 문을 열었다.
아이핌의 사명은 'AI +in Manufacturing'을 줄인 말로, 제조 현장용 AI 플랫폼이 시작점이었다. 지금은 탄소 배출 데이터 관리 솔루션 개발로 사업 축을 옮겨 놓은 상태다. 배경에는 수출 기업이 먼저 겪고 있는 변화가 있다. 거래처가 요구하는 배출 정보의 범위가 한 회사 안에서 끝나지 않고 협력사 단으로 넓어지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지가 별도 과제로 떠올랐다.
규제 쪽 변수는 남아 있다. EU 옴니버스 패키지는 역내 기업의 행정 부담과 규제를 덜어 주려는 개정안으로 CSDDD,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아우른다. 개정 내용과 시행·유예 일정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국내 협력사에 실사 요구가 닿는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 국가 디지털망 역시 목표 시점과 참여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문서와 데이터망 구상이 제도적으로 맞물려 있는지는 별개 사안이다. 그러나 협력사가 마주하는 요구는 하나로 겹친다. 무엇을 측정할지 정하는 79개 지표와, 측정한 값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는 통로다. 대응 부담을 안게 될 중소기업으로서는 자사 거래처가 요구하는 항목이 개정 지표 중 어디에 걸리는지부터 맞춰 보는 작업이 당장의 실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