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선진국 일자리의 60%,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AI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주 국내에서는 회계법인 신입 회계사 채용이 연 1200명을 넘겼던 시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의한다고 했다.
세 발언과 한 개의 숫자는 결이 다르지만, 가리키는 지점은 하나로 모인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자리가 초급 직무라는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AI가 주로 대체하는 업무가 청년이 수행하는 초급 단계 직무라는 IMF 자체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10개 일자리 중 1개가 AI로 생산성과 임금이 함께 오르는 '증강'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강은 사람을 빼는 대신 사람이 다루는 도구의 성능을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같은 기술이 어떤 자리에서는 임금을 올리고 어떤 자리에서는 입구를 좁힌다는 뜻이다.
국내 지표도 방향이 겹친다. 한국은행은 최근 3년간 국내 청년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 오삼일은 현 상황을 '고용 재조정' 문제로 규정하며, 사라지는 일자리에서 새 일자리로 사람이 옮겨 가지 못하는 대목을 지적했다. 총량이 줄었다는 진단보다 이동이 막혔다는 진단이 더 무겁다.
다만 수치를 하나로 합쳐 읽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피지컬 AI, 즉 로봇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일하는 AI가 상용화되면 전체 일자리의 27%가 영향을 받는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IMF의 60%·40%와는 대상 범위도 기준도 달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영향'과 '대체'는 다른 개념이다. 업무 일부가 자동화되는 것과 지점 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같은 칸에 넣으면 전망은 늘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다.
인과 경로에 대한 설명도 갈린다. IMF는 AI가 청년의 초급 직무를 대체한다고 보지만, 국내 기업 현장의 서술은 순서가 반대다. 자료 정리와 기초 보고서 작성 같은 신입 단계 업무를 AI에 맡기고, 그 결과 경력직 위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밀어낸 것인지, 채용 전략이 앞서 바뀐 것인지에 따라 대응책은 완전히 달라진다.

물리적 노동 쪽은 갈등이 더 직접적이다.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을 선언하자 현대차 노조는 '단 한 대의 로봇도 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틀라스 1대 가격은 2억 원이지만 3만 대를 도입할 경우 단가가 4700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 도입이 가격을 끌어내리고, 낮아진 가격이 다시 도입을 부르는 구조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 3000억 원에서 2030년 22조 4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 로봇이 지구상의 모든 외과의사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나란히 제시됐다. 이런 발언들이 겨루는 사이, 정작 확정된 것은 로봇 한 대의 가격표와 아직 실행되지 않은 도입 계획뿐이다. 3만 대라는 통계는 계획 수치이고 4700만 원은 예상치일 뿐 계약가가 아니다.
정책은 현재로서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산업전환과 일자리'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고, 참석 전문가들은 향후 대부분의 일자리가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진단했다. 노동부는 연내 'AI 대응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교육 예산이나 전환배치 지원 같은 구체적 정책 수단은 공개된 바 없다.
대체냐 재정의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사실 시간 단위의 문제다. 길게 보면 직무는 재정의되겠지만, 그 전환기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재정의가 곧 실직과 다르지 않다. 회계법인 채용 감소분에는 AI 요인과 경기 요인이 섞여 있어 어느 쪽이 얼마인지 여태 갈라내지 못했다. 그 구분 없이 로드맵을 만들면 대상도 예산도 어긋난다.
올해 초급 직무를 향해 첫 이력서를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는 27%나 60% 같은 비율이 아니다. 자기가 지원하는 직무에서 어떤 단계가 진작 자동화됐고, 남은 단계에서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다. 노동부 로드맵이 나올 때 확인할 지점도 같다. 전망치를 몇 개 인용했는지가 아닌, 밀려난 사람이 다음 자리까지 건너갈 다리를 몇 개 놓았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