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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규제, 안전 논쟁에서 시장 문턱으로

곽동현·입력 2026. 06. 27. 오전 11:04:00
미국의 접근 차단과 해제, 중국의 에이전트 신원제가 같은 주에 겹쳤다
AI 규제는 안전 기준을 넘어 시장 진입 문턱으로 바뀌고 있다
AI 규제는 안전 기준을 넘어 시장 진입 문턱으로 바뀌고 있다 / ⓒ 브레스저널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 '미토스5' 사용을 일부 기업에 다시 허용했다. 6월 12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외국인 접근 차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지 약 2주 만이다. 같은 회사의 범용 모델 '페이블5'에 대한 완화 여부는 26일 시점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6월 12일 조치는 범위가 넓었다. 해외 이용자는 물론 미국에 머무는 외국인의 접속까지 막았다. 특정 국적의 사람이 미국 안에서 미국 회사의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기존 수출통제와 성격이 다르다. 통제 대상이 소프트웨어에서 이용자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파장은 국경 밖으로 번졌다. 미토스 접근 권한 문제는 6월 중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올랐다. 그사이 오픈AI는 6월 22일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일본·폴란드·한국과 EU 조직들로 파트너십을 넓힌다고 발표했다.

성능 지표도 나란히 나왔다. 오픈AI가 6월 22일 공개한 'GPT-5.5-사이버' 업데이트 버전은 자사 내부 평가도구 '사이버짐'에서 85.6%를 기록했다. 사이버짐은 모델이 보안 취약점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 재는 시험대다. 같은 평가에서 미토스 5는 83.8%였다.

규제 설계도 함께 제시됐다. 구글은 6월 25일 백서 '미국의 AI 거버넌스를 위한 실용적 접근'을 내고, 가장 앞선 프런티어 모델과 일상에 퍼진 응용 서비스를 나눠 다루자고 제안했다. 프런티어 모델에는 연방정부 감독을 받는 독립 안전기구를 세워 기업의 자체 안전감사를 검증하게 하자는 것이다. 원자력·금융·항공의 감독 방식을 본뜬 설계다.

소비자용 서비스에는 새 포괄 규제 대신 기존 법을 손보는 쪽을 택했다. 아동 보호, 저작권, 노동시장, 개인정보 관련 법률의 현대화다. 챗봇이 사람인 척하거나 정서적 의존을 유도하는 기능을 제한하고, 청소년용 서비스에서 반복 보상·게임화 요소를 금지하며, 자살·자해 관련 질문에는 상담기관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자는 항목도 담겼다. 전력망과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아이젠하워 고속도로 사업에 견줄 규모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규제 논쟁은 선거로도 옮겨갔다. 6월 23일 뉴욕주 제12선거구 민주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AI 기업 안전장치 의무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알렉스 보어스 주 하원의원이 35.0%를 얻어, 39.1%의 마이카 래셔 후보에게 졌다. 오픈AI·팔란티어·앤드리슨 호로위츠 임원 등이 후원하는 1억달러 규모 슈퍼PAC은 보어스 낙선에 815만달러를 썼다.

반대편에서는 앤스로픽을 포함한 안전·규제 옹호 진영이 1926만달러를 투입했다. 한 선거구에 2741만달러가 몰린 것이다.

중국은 다른 경로로 움직였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6월 26일 'AI 에이전트 상호 연결' 국가 표준을 발표했다. 전체 아키텍처와 고유 신원 코드 부여 등 7개 세부 표준으로, 모든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신원 관리 체계에 묶는 폐쇄형 시스템이 목표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작업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비슷한 설계가 로봇에도 적용됐다. 공업정보화부 산하 표준화위원회는 5월 '휴머노이드 전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출범시켜 이족보행 AI 로봇에 바꿀 수 없는 고유 식별번호를 매기고 있다. 강제성 여부와 시행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2025년 7월 발표된 미국의 AI 행동계획은 혁신 가속과 인프라, 기술의 국제 확산을 내걸었다. 중국은 2017년 발전계획과 2025년 '인공지능 플러스'로 제조·의료 접목과 오픈소스 확산을 밀어왔다. 그사이 미국 빅테크가 올해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에 넣고 있는 자금은 7000억달러를 넘는다. 어느 쪽도 규제를 안전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페이블5의 처분은 곧 결정될 사안이다. 그 결과에 따라 어떤 나라의 연구자가 어떤 모델을 쓸 수 있는지, 어떤 기업의 챗봇이 어느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갈린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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