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수정전 마당에 심는 소리의 씨앗

루츠·입력 2026. 05. 12. 오후 1:45:00
경복궁 야간개장에 맞춘 국립국악원 상설공연, 5월 20일 개막
밤의 수정전, 돌 월대 위에 무대가 놓인다
밤의 수정전, 돌 월대 위에 무대가 놓인다 / ⓒ 브레스저널

국립국악원이 경복궁 야간개장 기간에 맞춰 2026년 상설공연 '소리의 씨앗'을 오는 5월 20일 수요일부터 경복궁 수정전에서 올린다. 공연은 약 70분이며,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4회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상반기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10회, 하반기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15회, 모두 25회다. 국립국악원은 오늘 이 일정을 알렸다.

무대는 수정전 월대에 세워지는 특설무대다. 화강암 월대의 서늘한 결 위로 목재 무대가 얹히고, 전각 정면에는 맵핑 영상이 덧입혀진다. 돌은 낮의 열을 늦게까지 붙들고 있어 5월 밤에도 발밑이 미지근하다. 그 위에서 정악단과 무용단 등 60명 내외가 움직인다.

줄거리는 슬럼프에 빠진 한 음악가의 이야기다. 궁중예술을 몸으로 겪으며 '백성과 함께 즐기는 마음'이 음악의 뿌리임을 알아차리고, 결국 제 소리를 찾아간다. 주제 문구는 이렇다.

'글자도, 악보도 전부 소리의 씨앗이니, 그 씨앗은 모두가 즐길 때 비로소 싹을 틔운다.' 시간을 건너 세종대왕과 현대 음악가가 마주 앉는 구성이다.

순서는 대취타로 문을 열어 봉래의, 수룡음, 춘앵전, 처용무를 지나 여민락으로 닫는다. 대취타의 나발과 나각은 궁궐 담을 때리고 되돌아오는 소리이고, 봉래의는 용비어천가를 악·가·무로 옮긴 작품이다. 수룡음은 단소와 생황이 겹치는 생소병주 편성으로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춘앵전에 K팝 안무를, 처용무에 아이돌 군무를 포갠 재해석도 예고됐다.

연출과 대본은 양정웅 연출가가 맡았다. 연극 '파우스트'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만든 사람이다. 정악은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이, 무용은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이 각각 기획하고 참여한다.

궁궐에서 음악을 되살린다는 말에는 늘 껄끄러운 면이 따라붙는다. 월대는 밟으라고 만든 돌이지만 동시에 보존 대상이고, 전각 벽면은 빛을 받으라고 세운 면이 아니다. 무대 설치와 영상 투사의 허가·안전 조건은 공개된 내용에 담기지 않았다. 유산을 지키는 일과 유산을 쓰는 일이 같은 밤에 겹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수정전 반경 400m 안에는 위치 기반 AR 포토존이 놓인다. 휴대전화 전면 카메라로 찍으면 얼굴을 인식해 대취타 의상을 입고 나각을 부는 모습이 만들어지고, 후면으로 찍으면 국악기 프레임이 씌워진다. 박성범 국립국악원 장악과장은 연간 200만 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경복궁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 공연이 겨냥하는 손님의 폭이 거기에 있다.

관람은 무료다. 경복궁 입장료 3,000원만 따로 낸다. 예약은 첫 공연 일주일 전인 5월 14일부터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에서 선착순으로 받으며, 회당 정원은 120명이다. 모레 아침, 예약창이 열린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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