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강은 서둘러 흐르지 않는다

플래닛·입력 2026. 05. 07. 오전 7:59:00
굽이마다 붙잡아 둔 초록, 느림이 만든 생태의 두께
돌아가는 물길이 남긴 것들
돌아가는 물길이 남긴 것들 / 사진 Farman Ansari · Pexels

하늘에서 내려다본 강이 크게 두 번 몸을 튼다. 청록빛 물이 왼쪽에서 들어와 둥근 반도를 감싸고, 오른쪽 끝에서 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아 나간다. 물길이 감싼 안쪽에는 짙은 초록의 나무들이 뭉쳐 있고, 그 가장자리를 누런 갈대와 연둣빛 덤불이 테두리처럼 두르고 있다. 그림자가 짧은 것으로 보아 해가 높이 뜬 한낮이다.

물이 곧게 흐르지 못하고 굽이칠 때 흐름은 느려진다. 느려진 물은 흙과 씨앗과 잎을 내려놓고, 그렇게 쌓인 땅에 갈대가 서고 버드나무가 뿌리를 내린다. 사진 속 초록 덩어리들은 강이 서두르지 않은 시간의 두께다.

이 젖은 땅은 조용히 일한다. 갈대밭과 물가 숲은 비가 몰릴 때 물을 머금어 아래쪽 마을의 부담을 덜고, 흙 속에 탄소를 오래 붙잡아 둔다. 물속에는 알을 붙일 만한 곳이 생기고, 물가에는 새가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생긴다. 직선으로 뻗은 수로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강을 곧게 펴는 일은 빠르고, 굽이를 되돌리는 일은 느리다. 그래도 물길에 여유를 남겨 두면 나머지는 강이 알아서 채운다. 사진 오른쪽 아래, 여전히 흙빛인 가장자리에도 어린 초록이 벌써 번지기 시작했다.

다시 사진을 본다. 물이 돌아 나간 곳마다 무엇이 자라 있는지, 그 초록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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