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연기 없는 굴뚝 세 개

편집부·입력 2026. 05. 05. 오전 7:52:00
가동을 멈춘 설비가 자산으로 남는 시간
멈춘 설비는 아직 장부에 남아 있다
멈춘 설비는 아직 장부에 남아 있다 / 사진 Ivan Chumak · Pexels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 굴뚝 세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표면의 이음선까지 드러날 만큼 빛은 고르고 그림자는 거의 없다. 아래쪽 나무들은 잎이 무성하게 자라 굴뚝의 밑동을 반쯤 가렸고, 오른편 건물에는 비계가 걸려 있다.

세 개의 입구 어디에서도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설비가 멈춘 것인지, 잠시 부하를 낮춘 것인지 사진은 말해주지 않는다. 굴뚝은 무언가를 태우는 동안에만 제 쓰임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가동이 멈춘 뒤에도 콘크리트는 그대로 서 있고, 철거에는 다시 돈이 든다. 에너지 전환의 회계가 어려운 이유는 새로 짓는 비용에 더해 지어놓은 것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계가 걸린 오른편 건물은 그 정리가 진행 중인지 아닌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화면 왼쪽 끝에는 전봇대 하나가 잘린 채 걸려 있고, 거기서 나온 전선 몇 가닥이 굴뚝 쪽으로 흘러가다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연기가 멎어도 전기는 어딘가로 오간다. 태우는 일이 끝난 설비와 실어 나르는 설비는 낡아가는 시간이 서로 다르고, 한쪽이 조용해진 뒤에도 다른 쪽 선로는 여전히 팽팽하다. 굴뚝만 보고 있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 그 가장자리에 남아 있다.

하늘의 회색과 굴뚝의 회색은 거의 같은 톤이다. 배경과 건축물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이 풍경을 과거의 잔재로 볼지 여전한 현재로 볼지는 보는 쪽이 정하게 된다. 사진을 한 번 더 보면 세 개의 굴뚝 끝이 각각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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