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레인 줄이 흔들리는 새벽

배진경·입력 2026. 02. 07. 오후 8:37:00
빈 레인과 흰 빛, 물에 닿기 전의 짧은 호흡
서두르는 사람을 물은 밀어낸다
서두르는 사람을 물은 밀어낸다 / 사진 Miguel Guerra · Pexels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물이 창의 빛을 그대로 받아 안는다. 흰 기둥 같은 반사가 수면 위로 길게 늘어지고, 붉고 푸른 레인 줄이 대각선으로 물을 가른다. 파랑은 얕은 쪽에서 환하고 깊은 쪽으로 갈수록 짙어진다. 잔물결은 아무 소리 없이 작게만 일렁인다.

이런 물을 내려다보면 어깨가 저절로 한 뼘 내려간다. 발바닥은 젖은 타일의 서늘함을 읽고, 손끝은 물의 온도를 재느라 잠시 멈춘다. 들이쉰 숨이 갈비뼈 사이에서 한 박자 머문다.

새벽 물가에서 자주 올라오는 마음은 조급함이다. 몇 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계산이 몸보다 빨리 출발해 버린다.

물에 들어간 뒤 벽을 잡고 얼굴만 담가 보자. 코로 천천히 내쉬며 기포가 흩어지는 소리를 세 번쯤 듣고 나면, 팔은 저 혼자 급해지던 일을 잠시 잊는다. 수영장이 없는 아침이라면 세면대에 받은 물 위에서 같은 호흡을 해 보면 어떨까.

같은 호흡은 물가를 나서서도 이어진다. 건널목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는 동안 어깨의 힘을 조금 풀고, 코로 길게 내쉬어 본다. 그때 살펴볼 것은 배가 올라왔다 내려가는 폭이다. 얕게 오르는 새벽도 있고 생각보다 깊이 내려가는 새벽도 있으니, 어느 쪽인지 세어 두기만 해도 그 아침의 몸을 읽어 두는 셈치고 넘어갈 수 있다.

레인 줄은 물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흔들리고, 흔들린 뒤에도 제 선을 놓지 않는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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