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물가에 놓인 나무 벤치 하나

리커버리·입력 2026. 01. 15. 오후 6:12:00
잎 진 나무 아래, 안개 낀 호수를 향해 비어 있는 의자
비어 있어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비어 있어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 사진 laurent chaulacel · Pexels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왼쪽 화면을 가지째 덮고, 그 그늘 끝에서 잔디가 겨울 햇빛을 받아 노랗게 마른다. 호수는 옅은 안개를 두른 채 건너편 능선까지 이어지고, 물빛은 파랑과 은색 사이 어디쯤에서 잔잔히 흔들린다. 그 물을 향해 나무 벤치 하나가 아무도 없이 놓여 있다.

이런 장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깨가 조금씩 내려온다. 눈은 초점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 수면 전체에 느슨하게 풀리고, 숨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길어진다. 손끝은 차갑지만 발바닥은 땅에 단단히 닿아 있다.

바쁜 날에는 무엇을 봐도 그다음에 할 일이 겹쳐 보인다. 풍경이 배경으로만 스쳐 가고, 마음은 계속 다음 칸으로 옮겨 앉는다.

지금 있는 곳에서 삼 분쯤, 창밖이든 컵 안의 물이든 움직이는 것 하나를 그냥 바라보면 어떨까. 무엇을 느껴야 한다고 정해 두지 않고, 물결이 한 번 왔다가 흩어지는 것만 눈으로 따라가 보는 것도 괜찮다.

벤치는 오늘도 물을 향해 놓여 있고, 물은 아무 약속 없이 계속 움직인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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