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안개가 나무를 지운 아침

배진경·입력 2026. 03. 04. 오후 2:32:00
밭 위에 낮게 깔린 안개와 초점을 놓아 보는 삼 분
흐릿함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아침
흐릿함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아침 / 사진 Sergej ***** · Pexels

벤 옥수숫대가 갈색으로 누운 밭 위로 안개가 낮게 깔렸다. 그 너머 잎을 다 떨군 나무 몇 그루가 회청색 실루엣으로 서 있고, 가지 끝은 하늘에 닿기 전에 흐려진다. 하늘은 색을 거의 잃은 흰빛이고, 공기는 젖어 있어 손등에 닿으면 서늘할 것 같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눈이 어디에 맺힐지 몰라 잠시 헤맨다. 무언가를 또렷하게 잡으려다 놓치기를 몇 번 반복하면 눈두덩의 힘이 슬며시 빠진다. 그때 어깨가 반 뼘쯤 내려오고, 들이쉬는 숨이 배 아래까지 닿는다.

종일 무언가를 선명하게 붙들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다. 흐릿한 것을 참지 못해 계속 눈에 힘을 주던 마음이 있었다.

창가로 가서 가장 먼 지붕이나 나뭇가지를 삼십 초쯤 바라보자. 무엇인지 알아보려 애쓰지 말고 윤곽이 뭉개지도록 그냥 두면 어떨까. 눈이 풀리면 턱과 목도 따라 느슨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주전자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슷한 틈이 생긴다.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시선을 부엌 창밖으로 흘려보내고, 안개에 잠긴 담장이나 흐릿한 전선 언저리에 눈길을 얹어두는 방법이 있다. 그러는 사이 목 뒤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본다. 뻣뻣한지 물렁한지, 뒷머리 아래가 조여 있는지 그저 확인만 해도 된다.

밭 위의 안개는 오래지 않아 옅어지고, 나무는 그 사이에도 계속 서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