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 옥수숫대가 갈색으로 누운 밭 위로 안개가 낮게 깔렸다. 그 너머 잎을 다 떨군 나무 몇 그루가 회청색 실루엣으로 서 있고, 가지 끝은 하늘에 닿기 전에 흐려진다. 하늘은 색을 거의 잃은 흰빛이고, 공기는 젖어 있어 손등에 닿으면 서늘할 것 같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눈이 어디에 맺힐지 몰라 잠시 헤맨다. 무언가를 또렷하게 잡으려다 놓치기를 몇 번 반복하면 눈두덩의 힘이 슬며시 빠진다. 그때 어깨가 반 뼘쯤 내려오고, 들이쉬는 숨이 배 아래까지 닿는다.
종일 무언가를 선명하게 붙들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다. 흐릿한 것을 참지 못해 계속 눈에 힘을 주던 마음이 있었다.
창가로 가서 가장 먼 지붕이나 나뭇가지를 삼십 초쯤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무엇인지 알아보려 애쓰지 말고 윤곽이 뭉개지도록 그냥 두면 어떨까. 눈이 풀리면 턱과 목도 따라 느슨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밭 위의 안개는 오래지 않아 옅어지고, 나무는 그 사이에도 계속 서 있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