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 데이터센터, 이제 물이 걸림돌이다

미디어·입력 2026. 02. 07. 오후 7:23:00
전력 병목에 냉각수 문제가 겹치며 입지 조건이 다시 짜인다
전력과 물이 동시에 AI 인프라의 입구를 좁히고 있다
전력과 물이 동시에 AI 인프라의 입구를 좁히고 있다 / ⓒ 브레스저널

AI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일이 전기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게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4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수도권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기공급사업'을 새로 두고, 이 사업에는 분산에너지의 소규모 용량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같은 주 국내외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냉각에 쓰는 물이 다음 병목이 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함께 나왔다.

분산에너지 제도는 이름 그대로 작은 발전 설비를 여러 곳에 두고 그 지역에서 쓰게 하자는 설계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의 몸집이다. 하루 24시간 끊기지 않는 전력을 수백 MW 규모로 요구하는 시설을 소규모 발전과 지역 소비를 전제로 만든 틀에 끼워 넣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동안 이어져 왔다. 개정안이 비수도권에 한해 데이터센터와 발전사업자 간 대용량 직접 거래를 열어주려는 이유다.

배경에는 수도권 전력 계통의 포화가 있다. 송전망 제약 탓에 새 시설을 수도권에 넣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수도권이 입지 후보로 떠올랐지만, 정작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기를 사고파는 길은 막혀 있는 상태다. 전기를 만드는 곳 옆에 시설을 지어도 그 전기를 곧바로 살 수 없다는 구조적 어긋남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개정안은 그 어긋남을 제도로 풀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여기에 물이 두 번째 변수로 얹혔다. 생성형 AI가 쓰는 물은 서버를 식히는 데 직접 들어가는 양과, 그 전기를 만드느라 발전소에서 소모되는 양으로 나뉜다. 일부 추정은 챗봇 질의 1회당 7.6~29.9mL를 제시하는데, 이는 간접 사용분까지 더한 값이다. 추정 폭이 네 배 가까이 벌어지는 데서 보이듯 연구마다 편차가 크고, 국내 시설의 실제 사용량을 담은 공식 집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장기 전망은 좀 더 구체적이다. MSCI 보고서는 2050년까지 이미 지어진 데이터센터의 약 4분의 1, 새로 짓는 데이터센터의 약 3분의 1이 물 부족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말하는 물 부족은 지역 내 물 수요가 공급을 60% 이상 넘어서는 상태를 뜻한다. 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가 2030년 연간 1조7000억 리터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있다.

질의 한 번에 드는 물의 양은 추정치마다 네 배 가까이 벌어진다
질의 한 번에 드는 물의 양은 추정치마다 네 배 가까이 벌어진다 / ⓒ 브레스저널

벌써 사업 판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구글은 물 여건 등을 이유로 일부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봤고, 메타는 데이터센터 물 사용을 둘러싼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물 사용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회사는 기술 개선으로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냈다. 세계기상기구도 장기간 물이 부족한 상태로 사는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을 짚었다.

전력 쪽에서는 대응 기술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열린 2026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는 전 세계 35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흩어진 소규모 발전 설비를 하나처럼 묶어 돌리는 가상발전소 분야에서는 한전KDN의 'E:모음'이 전력거래소 시험에서 오차율 2.34%를 기록했고, 같은 회사의 수소도시 플랫폼은 보령·당진 등지에 적용되고 있다. 전력 수급을 정교하게 맞추는 기술은 진전이 보이지만, 물 사용량을 재고 줄이는 쪽은 아직 같은 수준의 지표조차 자리 잡지 못했다.

개정안의 상임위 심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심사가 시작되면 대용량 직접 거래를 허용할 때의 전력시장 가격 체계와 계통 이용요금 형평성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논의가 전기에서 멈춘다면, 비수도권에 시설이 들어선 뒤 몇 년 지나 취수량을 놓고 지역과 다투는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챗봇 질문 하나에 든 물의 양을 체감할 방법은 없다. 그 비용은 서버가 놓인 지역의 강과 상수도로 청구되고, 청구서는 우리가 아니라 그 동네가 받는다. AI를 값싸게 쓰는 하루가 유지되려면, 그 하루를 떠받치는 전기와 물의 계산서를 누가 어떻게 나눠 낼지가 지금 결정돼야 한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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