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넷 중 셋은 우리 집 분리수거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몫이 약 25%, 나머지 75%는 공장과 사업장에서 나온다. 이 수치는 최근 열린 지역 기후테크 산업육성 간담회에서 위드위 김경욱 대표가 제시한 것으로, 재활용 정책의 관심이 쏠린 곳과 실제 폐기물이 쏟아지는 곳이 어긋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이 생산 규제를 놓고 교착된 사이, 국내에는 협약 타결을 기다리지 않고도 손댈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다.
국제 협상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규제 대상에 넣을 것인지를 두고 100여 개국 진영과 산유국 진영이 맞서 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감축 목표치와 기준연도 같은 핵심 조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협약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매듭지어질지는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이 뒷받침하면서 수거와 재활용 시장이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다. 반면 사업장에서 나오는 75%는 공공 지원 없이 민간 시장에 통째로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 간담회에서 제기됐다. 같은 플라스틱인데 어디서 나왔느냐에 따라 제도의 손길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지원이 없는 시장에서 무엇이 선택을 좌우하는지는 예측 가능하다. 사업장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파쇄를 거친 뒤 처리 경로가 정해지는데, 이때 가장 큰 기준은 처리 비용이다. 물질로 되살리는 쪽보다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 보내는 쪽이 싸면 그쪽으로 흘러간다.
개별 사업자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비용이 유일한 잣대가 되도록 설계된 시장에서는 누구든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에 제도의 셈법이 하나 더 얹힌다. 태워서 열을 얻는 방식이 제도상 재활용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간담회에서 나왔다. 통계상 재활용률은 올라가지만 플라스틱은 물질로 돌아오지 못하고 연소된다. 재활용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가 넓으면, 실제로 순환하는 양은 지표 뒤에 가려진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두 축이다. 생활폐기물 위주로 짜인 재활용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AI·로봇 기반 선별 기술을 키우고, 동시에 재생원료를 사고파는 시장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선별 정밀도가 올라가면 물질 재활용의 원가가 내려가고, 재생원료를 사겠다는 수요가 생기면 연료화보다 나은 값이 매겨진다. 기술과 수요가 함께 움직여야 비용 계산의 결론이 바뀐다.
재원 쪽 여건은 나쁘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내놨고, 신규 공급 재원 중 절반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선별 설비와 재생원료 공장은 대체로 지방 산업단지에 있고 운영 주체는 중소기업이다. 이 계획에서 자원순환 분야에 얼마가 배정되는지는 세부 배분이 나와야 알 수 있다.
이번 논의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과 임팩트온이 '기후테크로 여는 충남의 산업전환과 청년 미래 일자리'를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준석 엔지노바 이사, 전재홍 에이이에스테크 대표, 정수호 볼타세라 대표, 이재열 에이에이씨바이오 연구원, 김경욱 위드위 대표, 박용희 한국기후테크협회 이사가 참석했고 진행은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가 맡았다. 충남이 시리즈의 첫 지역으로 정해진 배경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슈가 꼽혔다. 총 7회 시리즈 중 다섯 번째다.
일하는 사무실과 작업장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사가 계약한 폐기물 처리 업체가 그것을 태우는지 다시 원료로 만드는지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묻는 사람이 늘어나면 처리 단가만 적혀 있던 계약서에 다른 항목이 생긴다. 협약 문안이 완성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