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700만 톤이라는 약속, 이제 실행표를 채울 때

플래닛·입력 2026. 05. 03. 오후 6:15:00
탈플라스틱 계획 확정과 원료 시장 격변이 겹친 2026년 봄
쓰고 버리는 흐름을 되감아 원료로 되돌리는 것이 계획의 뼈대다
쓰고 버리는 흐름을 되감아 원료로 되돌리는 것이 계획의 뼈대다 / ⓒ 브레스저널

1,000만 톤에서 700만 톤. 4월 28일 국무회의에 오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이 2030년을 향해 그린 두 개의 눈금이다. 그대로 두면 1,000만 톤에 이를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를 300만 톤 이상 깎아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목표가 국가 계획의 문서에 박혔으니, 남은 일은 그 300만 톤을 어떤 손과 설비로 덜어낼지 채워 넣는 작업이다.

300만 톤은 두 갈래로 나뉜다. 플라스틱을 덜 쓰는 방식으로 100만 톤, 재생원료를 더 쓰는 방식으로 200만 톤을 덜어내는 구성으로 파악된다. 앞의 100만 톤은 생활 습관과 유통 관행을 건드리는 일이고, 뒤의 200만 톤은 설비와 공급망을 새로 짜는 일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과제를 하나의 목표 아래 묶어놓은 셈이라 각각의 이행 일정이 따로 필요해진다.

계획이 이 시점에 나온 배경으로는 중동전쟁이 촉발한 나프타 공급 대란이 지목된다. 플라스틱의 출발점인 원료가 흔들리면 값싼 신재 플라스틱을 전제로 짜인 제조 방식도 함께 흔들린다. 환경 규범이 산업을 압박한다기보다, 원료 시장 자체가 재생원료 쪽으로 기업을 밀어내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기업의 변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도 같은 곳을 겨냥한다.

계획에 담긴 수단은 촘촘한 편이다. 페트병에 섞는 재생원료 비율은 지금 10% 수준인데, 이를 2030년 30%까지 끌어올리는 안이 들어갔다. 의무 적용 대상도 페트를 넘어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으로 넓히는 방안이 함께 올랐다. 폐플라스틱을 가열해 기름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늘리고, 처리시설 인허가를 간소화하며, 그렇게 만든 원료를 탄소 감축분으로 쳐주는 장치도 붙었다.

생활 쪽 수단은 더 가깝다. 다회용기를 써야 하는 '제로 웨이스트 존'을 2027년까지 도심과 대학가로 넓히고,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공공청사에는 일회용 컵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안이 추진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 대상에 들어가고, 과대포장 규제는 식품·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장된다. 에코 박스 보급과 탄소중립포인트 대상 확대도 목록에 있다.

전국 장례식장 1,075곳 중 다회용기를 쓰는 곳은 100곳이다
전국 장례식장 1,075곳 중 다회용기를 쓰는 곳은 100곳이다 / ⓒ 브레스저널

가장 선명한 장면은 장례식장이다. 전국 1,075곳 가운데 다회용기를 쓰는 곳은 100곳. 열 곳 중 아홉 곳이 여전히 일회용 그릇으로 조문객을 맞는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장례식장부터 다회용기를 넓혀 민간까지 잇겠다는 계획은, 바꾸기 어렵다고 여겨온 관행이 실제로는 바꿀 여지가 넓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깥 흐름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유럽연합은 오는 11월부터 비OECD 국가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내보내는 것을 금지한다. 규제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유럽이 내보내는 폐기물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비OECD 국가로 향한다. 최대 수입국인 튀르키예는 자국에서만 연 330만 톤이 나오는데, 이는 자체 재활용 역량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출 규모로 보면 독일이 지난해 81만 톤 이상으로 세계 1위, 영국이 67만 5,000톤가량으로 2위였고 영국의 기록은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미국은 2025년 38만 5,000톤으로 5위권이었다. 유럽연합은 재생원료 사용이 증명되지 않은 제품의 수입을 조이는 에코디자인 규정을 준비 중이고, 미국은 주 단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경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 닫히면 결국 각자의 영토 안에서 순환을 완성해야 한다.

어긋난 지점도 있다. 지금 배출량이 780만 톤 수준이라는 기준을 놓고 보면 700만 톤 목표는 절대량을 크게 줄이기보다 증가를 눌러 앉히는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이 함께 나온다. 페트병 30% 배합을 언제 어떤 법령으로 강제할지, 미이행 기업에 재활용 부과금을 얼마나 올릴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목표를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그 목표를 지킬 도구는 시행령과 예산표에서 완성된다.

커피 한 잔을 텀블러에 받는 일과 300만 톤 사이의 거리는 멀어 보인다. 그래도 장례식장 975곳이 그릇을 바꾸고, 페트병 한 병에 섞이는 재생원료가 10%에서 30%로 오르는 변화는 결과적으로 개별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요구에서 출발했다. 이번 주 장 보러 갈 때 낱개 포장이 겹겹인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 중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가 그 요구의 한 표다. 계획서에 적힌 300만 톤은 그 표를 세는 방식으로만 채워진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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