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역 공립박물관과 함께 여는 《국보순회전,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보물》이 오는 19일 문을 연다. 8월 9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상반기 개최지는 충북 진천종박물관, 전남 영암도기박물관, 경남 의령 의병박물관 세 곳이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문화 인프라의 기울기를 덜어내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세 전시는 각각 다른 물성을 앞세운다. 진천에서는 《푸른 빛에 담긴 품위와 권위, 왕실 청화백자》가 백자 청화 투각 모란당초문 항아리(보물)를 포함해 5건 5점을 내놓는다. 흰 살결 위에 코발트빛 선이 얹히고, 투각으로 뚫린 모란 덩굴 사이로 빛이 통과하는 그릇이다.
영암도기박물관은 5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백제 명품, 백제 문양전》을 연다. 용무늬벽돌(보물) 등 6건 8점. 흙을 눌러 찍은 회흑색 벽돌의 표면은 도자기의 매끄러움과 달리 손끝에 서걱거리는 감촉을 남길 법한 결을 지녔다.
의령 의병박물관의 《도자기에 핀 꽃, 상감청자》는 6월 10일 개막해 8월 9일 닫는다. 청자 상감 모란무늬 항아리(국보)를 비롯한 6건 6점이 나온다. 의령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고,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상감청자 세 점이 이 전시에 함께 놓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업은 2026년으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년간 전국 20개 지역을 돌며 46만여 명이 전시장을 다녀갔다. 유물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동선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군립·시립 박물관 안으로 옮겨졌다는 뜻이다.
국보와 보물을 옮기는 일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유물은 진열장 안에 가만히 두었을 때 가장 안전하고, 포장과 이동과 재설치를 겪을 때마다 위험은 조금씩 쌓인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3년을 이어온 이유는, 보존의 끝이 언젠가 누군가 그 유물을 보게 하는 데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관장 유홍준이 이끄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국립나주박물관·국립진주박물관, 그리고 진천군·영암군·의령군이 각각 짝을 이뤄 상반기 전시를 함께 맡는다.
전시장 바깥에서도 프로그램이 붙는다. 5월 30일 진천종박물관에서는 진천군립교향악단이 참여하는 개최 기념 음악회 '푸른 선율, 보물을 만나다'가 열린다. 전시 기간에는 청소년이 또래에게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 '또래해설 리더스'와 충북 무형유산 사기장이 참여하는 창의융합교육 '무형유산을 만나다'가 운영된다.
영암에서는 6월 6일과 7일 이틀간 박물관 야외에서 백제 악사를 재현한 현악 공연과 마술쇼, 백제 OX 퀴즈로 짜인 주말 행사가 마련된다. 박물관이 보유한 3D 스캔 데이터를 활용해 유물을 미니어처처럼 다룬 디지털 숏폼 영상도 공개된다. 사업의 취지와 지난 여정을 정리한 자료집 『우리 동네에 찾아온 국보』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순회는 여름에 끝나지 않는다. 하반기에는 청도와 고창, 성주 세 곳으로 이어질 계획이며, 세부 일정과 출품 유물은 확정 전이다. 어느 유물이 어느 동네로 가느냐는 물음이 매년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이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19일 진천의 전시실 문이 열리면, 왕실이 쓰던 항아리 하나가 종을 만들던 고장의 공기 속에 놓인다. 6월의 의령에서는 고려의 흙에 새겨진 모란이 의병의 이름을 딴 건물 안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여름 한철, 국보를 보러 가는 길이 국도 몇 킬로미터로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