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레판이 돌아 테두리의 무늬가 길게 늘어져 있다. 회색과 남색이 섞인 결이 원을 그리며 흐르고, 그 한가운데 젖은 그릇 하나만 또렷하다. 흙물이 마른 손등은 하얗게 갈라졌고, 손가락은 그릇의 입술 안쪽으로 들어가 벽을 안에서 밀어 올리는 중이다.
사진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손뿐이다. 판은 돌고 흙은 오르지만, 손은 제자리에 머문다. 형태를 만드는 것은 힘이 아니라 머무는 자리라는 사실이 이 한 장에 그대로 담겨 있다.
도자는 오래된 기술이면서 가장 즉각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가마에 들어가기 전, 그릇의 운명은 몇 초 사이 손끝의 압력으로 거의 결정된다. 그 몇 초를 몸에 새기는 데 걸리는 시간을 우리는 흔히 연륜이라고 부른다.
배경의 붉은 천, 흐릿한 바닥, 어깨 너머의 옷자락은 모두 초점 밖으로 물러나 있다. 세계가 흐려질수록 손은 선명해진다.
물레판 바깥, 흙물이 튄 나무 선반에는 다 쓴 스펀지와 자른 낚싯줄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방금까지 쥐어졌다가 놓인 물건들이다. 회전이 멎은 그 구석에서야 도구는 제 모양을 드러내고, 화면 한가운데의 흐름이 사실은 여러 번의 멈춤으로 끊겨 있었음이 드러난다. 완성은 돌아가는 동안에만 오지 않는다.
다시 사진을 보면, 그릇의 벽은 아직 낮다. 이 장면 다음에 무엇이 올라올지는 저 두 손만 알고 있다.
편집부 · Breath.Cul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