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강가에 멈춰 선 자전거

리커버리·입력 2026. 03. 08. 오전 10:47:00
해가 낮아진 강변에서 페달을 반만 밟는 저녁
굴러가지 않아도 자전거는 자전거다
굴러가지 않아도 자전거는 자전거다 / 사진 Artem Lysenko · Pexels

해가 강 건너 나무선 뒤로 내려앉아 하늘 전체가 살구빛으로 물들었다. 물결은 잘게 부서지며 빛을 되쏘고, 강변 흙길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다. 안장에 걸터앉은 채 발 하나는 페달에, 다른 발은 땅에 닿아 있고, 바퀴는 굴러가지 않는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깨가 조금 내려간다. 핸들을 잡은 손의 힘이 풀리는 감각, 발바닥으로 땅의 단단함이 올라오는 감각이 순서대로 온다. 눈의 초점은 멀리 흐르는 물 위에 얹혀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다.

서두르는 마음은 도착점이 정해진 순간부터 몸보다 앞서 달린다. 정작 몸은 그 뒤를 따라잡느라 하루 종일 숨이 짧다.

지금 앉은 채로 발끝을 바닥에 반쯤만 대고, 나머지 반은 허공에 둔 상태로 세 번 숨을 쉬어 보는 것도 괜찮다. 다 밟지 않는 페달처럼 힘을 절반만 쓰는 감각을 몸에 남겨 두면 어떨까. 그 정도면 충분히 굴러간다는 걸 발이 기억한다.

빛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그 사람은 아마 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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