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초복지돌봄재단' 출범식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구는 이 사실을 지난 13일 알렸다. 재단은 고령화 가속과 1인 가구 증가, 돌봄 공백 심화라는 구조 변화에 대응해 '지역 기반·사람 중심 돌봄 체계'를 세우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내걸었다. 오는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두 달 남긴 시점의 출발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정식 이름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름이 길어진 이유는 그동안 따로 움직이던 것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방문 진료와 요양, 일상생활 지원과 집수리가 각각의 창구로 흩어져 있으면 결국 시설로 가는 길이 가장 쉬운 길이 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통합돌봄 사업모델이 방문 의료, 퇴원 환자 연계, 일상생활 지원, 주거 환경 개선인 것도 그래서다.
법은 제5장에서 국가와 지자체에 기반 조성 의무를 지운다. 협의체 운영, 전담조직 설치, 지역 자원을 활용한 서비스 발굴과 제공, 전문 인력 양성이 그 안에 들어간다. 서초구가 별도 재단을 세운 것은 이 조항들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재단은 지역 복지자원을 잇는 민·관 협력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서초구는 서리풀 돌봄SOS 특화사업과 서초 청정케어를 축으로 하는 서초형 통합돌봄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의료·건강·요양·돌봄·주거 5대 분야의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서 연계까지를 범위로 삼는 구상으로 파악된다. 주민 조직과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통합돌봄 지원 주민 봉사단 운영도 검토 중이다. 3월 초에는 통합돌봄 포럼과 돌봄 선포식을 여는 일정이 잡혀 있다.
재단이 자리 잡은 4층 라운지에는 미디어월과 기부자 예우를 위한 아너스월이 조성됐고, 이 공간은 주민에게 상시 개방된다. 출범식도 이 라운지에서 열렸다. 기부 키오스크 운영, 기업 릴레이 캠페인, 일상 나눔 우수리 후원 같은 나눔 사업이 재단 계획에 함께 담겼다. 돌봄을 행정 서비스로만 두지 않고 지역의 돈과 손을 끌어오겠다는 설계다.
다만 3월부터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본격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출발선의 높이는 지역마다 다르다. 복지부가 1월 2일까지 진행한 전국 기초지자체 준비 현황 조사에서 인천 10개 군·구의 전체 지표 평균은 52%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81.7%와는 3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같은 조사에서 인천의 대상자 신청·발굴은 40%, 지역 특화 서비스 연계는 20%에 머물렀다.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기반 조성과 사업 운영 준비를 모두 마친 곳은 부평구와 계양구 두 곳이다. 전담 조직과 인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지자체들은 3월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인천 8개 구는 2023년 인천시 지역 특화 돌봄사업에 참여해 지역 맞춤형 통합돌봄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준비가 처음부터 백지인 것은 아니지만, 법이 요구하는 형태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제도 이전에 요구가 먼저 있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22년부터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지역돌봄보장법을 국회에 제안했고, 2025년에는 실행위 안에 TF를 꾸려 '돌봄기본법' 성안을 추진했다. 2022년 6월 15일에는 참여연대를 포함한 13개 단체가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했다. 시설 바깥에서 살아갈 권리를 법의 언어로 옮기려는 작업이 몇 해째 이어져 온 셈이다.
서초구 재단의 설립 예산과 인력 규모, 서초형 통합돌봄이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법이 시행되는 3월,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각 지자체가 제출한 완료 계획이 실제 전담 조직과 인력으로 바뀌었는지다. 복지부 조사에서 인천이 기록한 40%와 20%라는 숫자가 두 달 뒤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도 같은 자리에서 드러난다.
재단 4층 라운지의 문은 이미 열려 있다. 그곳에 들어서는 사람이 기부자인지, 돌봄이 필요한 이웃인지, 아니면 이웃을 돌보다 지친 가족인지에 따라 이 실험의 성격은 달라진다. 3월 초 서초구가 여는 포럼과 선포식은 그 문 안으로 누가 들어왔는지를 처음으로 셈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